'F1 더 무비'의 질주·'전독시'의 추락이 던진 질문과 고민 [기자수첩-연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27 07:00  수정 2025.08.27 07:00

올여름 극장가, ‘F1 더 무비’와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F1 더 무비’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1위, 국내 450만 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전독시’는 인기 웹소설을 영화화했음에도 쓴맛을 봤다.


‘F1 더 무비’의 성공은 오리지널 스토리 역시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검증된 IP’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 성과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올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살펴 보면 1위 ‘마인 크래프트 무비’부터 10위 ‘썬더볼츠’까지, ‘시너스’를 제외한 9편이 모두 원작 기반이거나 인기 IP에서 파생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 각본으로 흥행에 성공한 ‘F1 더 무비’는 관객이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반대로 ‘전독시’는 누적 관객 106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 600만 명 달성에 실패했다. 문제는 이 실패가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원작 기반 영화가 흥행에 좌절하면서 산업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전독시’가 단순히 무모한 시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고민과 도전을 기울였고, CG와 사운드 기술을 통해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다. 기술적 완성도 자체도 뒤처지지 않았지만, 원작 충실도 논란과 관객 기대의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해 결국 실패로 기록됐다.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러한 사례는 제작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모험을 기피하게 만들고, 거대 자본의 투입 자체를 주저하게 하는 연쇄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더불어 ‘전독시’는 원작과 일부 다른 설정으로 인해 팬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는데, 이는 곧 제작자가 팬덤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직결될 우려가 있다.


영화는 소설이나 웹툰의 단순한 복제물이 아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해석과 오락적 재미, 그리고 극장에서만 가능한 감각적 체험을 제공할 때 비로소 매체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향후 이러한 분위기가 고착된다면 영화 산업 전반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더 보수적인 제작 환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여름 두 작품의 성적표는 단순히 흥망성쇠를 넘어서 영화 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선명히 드러낸다. ‘F1 더 무비’가 오리지널 서사의 힘을 증명했다면, ‘전독시’는 IP 의존이 지닌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이 대비를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과 IP 양쪽의 가치를 다시 점검하며 산업이 앞으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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