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어디서 배웠니" 불안제로·멀미제로…카카오 자율주행차로 누빈 강남의 밤[시승기]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6.03.31 07:48  수정 2026.03.31 08:11

밤 10시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택시 시승

360도 도로 데이터 확보해 AI가 최적 경로 제안

비 오는 강남대로서 매끄러운 차선 변경·터널 주행

4월 6일 유상 서비스로…심야할증 포함 기본요금

카카오모빌리티가 강남 일대에서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 외관.ⓒ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30일 늦은 밤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 택시를 부르기 위해 카카오 T 앱을 켜자 평소와 다른 선택지가 상단에 떴다. 바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6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자율차'다. 호출 방식은 일반 택시와 똑같지만, 잠시 후 눈앞에 나타난 차량은 루프 위에 독특한 센서 구조물을 얹은 '자율주행 택시'였다.


현재 서울시에서 자율주행 차로 구역형 여객 운송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단 두곳 뿐.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강남 일대에서에서 약 12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두뇌'를 탑재한 서울자율차에 몸을 실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강남 일대에서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 루프에 'AV(자율주행차량키트)'가 달려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외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루프에 달린 'AV(자율주행차량키트)'다. 도심운행 데이터 수집을 위한 구조물로, 차량에는 카메라 7대, 라이다 5대, 레이더 5대가 탑재돼 360도 전방위를 촘촘하게 감시하며 데이터를 학습한다.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AI(인공지능) 오토라벨링 기술을 거쳐 자율주행모델 학습에 즉각 반영된다.


차량 내부 구조는 일반 택시와 비슷하지만, 뒷좌석 승객을 위한 전용 스크린 'AVV(자율주행시각화장치)'가 시선을 끈다. 이 스크린에는 차량이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보행자, 주변 차량, 주행 경로, 신호등 상태가 그래픽으로 구현된다. 시스템 덕분에 차량이 도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안도감이 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 뒷자석에 설치된 승객용 스크린 'AVV(자율주행시각화장치)'. 도로 위 차량과 보행자, 주행 경로, 신호등 상태가 표시된다. ⓒ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주행이 시작되자 차는 스스로 속도를 올려 도로 흐름에 합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지부터 제어까지 하나의 통합 AI 모델이 수행하는 E2E(End-to-End) 기술을 내재화했다. 이는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으로, 센서 데이터를 AI가 직접 학습해 판단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교통 법규 준수와 안전 원칙을 강화한 규칙 기반 플래너를 함께 적용했다. 쉽게 말해 '유연한 판단'과 '엄격한 규칙'을 동시에 적용한 구조다.


보통 내비게이션이 있는 운전석 스크린에는 엔지니어링 정보 화면이 나온다. 주변 차량과 운행 정보 등이 정밀하게 표시된 실시간 주행 맵이다. 내부적으로는 승용차와 버스, 오토바이를 구분해 인식한다.


실제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판단'과 '사람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이었다. 차량은 주변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며 주행했고,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미세하게 속도를 조절해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차선 변경도 부드럽게 이뤄져 뒷좌석 승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가 유턴하는 모습. 운전석에 앉은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핸들이 돌아간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우회전 시에는 반대편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즉시 인지했고,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 신호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대기했다.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람도 초보 때는 겁난다는 유턴도 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차량은 미리 유턴 전용 차선을 인지해 여유 있게 진입한 뒤 대기하다가, 신호가 바뀌자 매끄럽게 회전해 2차선에 안착했다.


터널에선 GPS 신호가 끊긴다는데 자율주행차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이 역시 기우였다. 일반 도로주행과 전혀 다를 게 없이 안정적으로 터널을 주파했다. 터널 주행은 자율주행에 있어 기술적 난코스로 꼽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HD맵과 센서의 융합 데이터로 위치를 파악해 GPS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택시 '서울자율차'가 매봉터널을 달리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시승 당일 거세게 내린 비는 자율주행 차량에게는 일종의 고난도 테스트였다. 예민한 라이다 센서가 빗방울을 물체로 인식해 운행 전 시스템상 일시적인 버벅거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현장 기술 담당자의 대응으로 곧 해결됐다. 전기차(기아 EV6) 특유의 급격한 가감속이 없어 탑승 내내 멀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는 법령에 따라 돌발 상황에 대비한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의무적으로 동승한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 시 승객이 누를 버튼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으며, 시스템상 오류가 생겼을 때 수동으로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아직 목적지 변경이나 경유지 추가 기능은 지원되지 않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 기능 확대를 고민 중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운영 중인 차량은 2대로, 호출자가 많으면 일부 대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상 악화 시에는 운행이 중단된다.


평일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강남 일대를 누비는 이 서비스는 내달 6일 유상 서비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요금은 ▲밤 10~11시, 오전 2~4시 5800원 ▲밤 11시~오전 2시 6700원 ▲오전 4~5시 4800원이다.


서울자율차는 앞으로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해 강남의 밤을 달릴수록 더 안전해지고 더 편안해질 예정이다. ‘경험치’가 곧 ‘실력’으로 이어지는 AI모델이기 때문이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책임연구원은 "하루에 통상 8시간을 주행하면 차량 한 대당 4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 중 학습용 데이터를 선별하고 다시 AI 모델에 학습시키는 식으로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내비 경로, 호출 정보 등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어 AI 모델 측면에서 확실히 강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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