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땐 '위기', 지금은 대외여건 탓?…李대통령, '고환율' 과제 직면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27 00:00  수정 2025.11.27 00:00

野, 고환율 '확장재정' 영향 주장

"과도한 돈 풀기, 물가 부양해 낸 셈"

"경제위기 현실화"…李 과거 발언 조명

정부·여당 "높은 대외 불확실성 영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통해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지평을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얻고 7박 10일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제 국내 현안을 살펴야 하는 시간이 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달러·원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 대응책을 문제 삼는 야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7박 10일간의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통해 AI(인공지능)·방산·원전 등 분야 협력을 끌어내면서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지평을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확대됐다고 대통령실은 자평했다.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시작으로 순방 강행군을 이어간 이 대통령 앞엔 처리해야 할 국내 현안이 만만치 않다. 규제 혁신과 물가 안정, 검찰·사법 개혁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핵심 당면 과제로는 '고환율' 해결이 꼽힌다.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에 머물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되는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하 불확실성을 비롯해 주요국 재정·정치 리스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의 구조적 외환 수요 압력이 더해져 원화가 다른 통화 대비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정부와는 사뭇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환율 상승은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결과는 분명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추진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부추겼고, 과도한 돈 풀기가 환율 상승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우리의 재정 정책 방향성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했지만, 물가 상승 압박을 고려해 재정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IMF는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노력을 지속함과 동시에 재정기준점(fiscal anchor)을 포함한 신뢰 가능한 중기재정체계를 강화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 회복 이후에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재정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환율 상승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지만, 핵심은 정부의 과도한 돈 풀기로서 경기 부양이 아니라 물가 부양을 해낸 셈"이라며 "올해 긴급 시행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한 달 전국 소비지출(약 30조원)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단기간에 시장에 쏟아부은 것이고,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은 소비자물가를 0.3~0.6%p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4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너머로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전광판을 통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고환율' 장기화에 다시 조명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4월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것을 비판한 바 있다. 1400원대 환율은 당시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었으며, 과거 1997~1998년 외환위기(IMF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4번째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고물가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위기가 현실화됐다"며 "앞으로도 (경제) 전망이 좋은 상황이 아닌 만큼, 지금 즉시 집행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대응책으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내세웠으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적극 재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은 적극 재정으로 환율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이재명 정부는 지금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이냐"라고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한 차례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던 지난 2022년 9월 정부가 환율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 민주당 내 인사의 발언도 소환됐다. 전용기 원내부대표는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이 정도면 '환율문제 해결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과 함께, 환율을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은 환율을 방치하면 물가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 피해로 연결된다고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야권은 민주당과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고환율'을 비판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이재명 정부에서 달러·원 환율이 1470원에 머무는 상황에 대해 "과거처럼 고환율에 대한 '진정한 유감 표명'을 요구하라"고 꼬집었다.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 시절 전 의원은 환율 급등을 두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환율 방치'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며 "그랬던 민주당이 주도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은 어떠냐, 이재명 정부의 환율은 그들이 비판했던 수준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대급 고공행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과거 정부를 향해 '이런 무성의한 경제 대책 자료는 처음이고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라고 질타하던 그 매서운 기세는 어디 갔느냐"라면서 "그때의 독설을 거울 앞에서 그대로 '원샷'하고 과거처럼 고환율에 대한 유감 표명을 요구하라, 수신자는 바로 이재명 정부"라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재정 정책의 문제가 아닌 투기성 거래 또는 글로벌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의 구조적 외환 수요까지 겹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반박한다. 나아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며 야권이 근거 없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시장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시장을 관리하겠다"며 "외환시장 내 투기적 거래와 일방향 쏠림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세은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최근 높은 환율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비판을 충분히 이해하며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환율 급등은 미국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와 전 세계적 경기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를 밀어 올리며 작용한 것이 우선적 배경이며, 그럼에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환율'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1400원이 돌파한 당시와는 경제 바로미터인 증시가 크게 상승했고 현재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1600원선을 돌파할 경우,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환율이 1200원 선이면 안정적이지만, 1400원 또는 1500원으로 가면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고 평가한다"며 "일부 수혜를 받는 기업도 있을 수 있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다는 인식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다른 것은 증시인데, 고환율이 되면서 경제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증시가 부양되는 부분도 있는 등 복합적인 체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도 "만약 1600원으로 간다면 과거 IMF처럼 증시에 반영될 것이고, 그날부턴 우리 산업과 경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원화 약세가 결국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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