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도 회계법인도 3년전 회계처리 'OK', 회계기준원만 뒤늦게 반대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삼성생명
한국회계기준원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지분법 회계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삼성생명이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상 삼성 금융사 대표회사 및 보험계열사의 모회사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보험업법상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기 때문에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회계 방식은 피투자회사의 배당금만 이익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지분법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피투자회사인 삼성화재의 순이익을 보유하고 있는 화재 지분율만큼 재무제표에 이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가 정한 일반기업회계기준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20% 미만이라도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지분법을 적용하게 돼 있다. 지분법 회계처리는 회사의 이익을 늘리는 용이한 방법이기 때문에 투자회사가 반드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유의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하며, 회계규정에서도 엄격한 기준에 따른 판단을 요구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율은 15.43%로, 지분법의 1차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두 번째 요건인 '유의적 영향력' 행사 여부도 그렇다. 회계기준상 유의적 영향력은 피투자회사 이사회 참여, 정책 결정 개입, 경영진 공동, 중대한 거래 관계 등이 입증돼야 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화재 사이 임원인사는 퇴사 이후 이동을 통해 임원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취지이지 파견, 겸직 등의 영향력 행사 목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화재 이사회 구성원 중 삼성생명과 계약관계가 있는 인원이 포함된 경우는 없었다.
유럽의 증권시장 감독기관인 ESMA(유럽증권시장감독청)는 투자회사와 더 이상 계약관계가 없는 전 직원의 피투자회사 이사회 참여는 '경영진의 상호 교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또한 삼성화재 임원 선임 절차 역시 사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삼성생명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의 화재 자회사 편입, 실질 지배구조 영향 없어, 밸류업 차원으로 봐야"라고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삼성생명이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상 대표회사이기 때문에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상황은 다르다. 관련법상 대표회사의 역할은 각 사에서 수행하는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업무에 한정돼 있어 소속회사의 재무나 영업 정책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위원회 또한 2018년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 당시 대표회사가 개별 계열사의 경영을 지휘∙감독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변한 바 있다.
무엇보다 자회사로 편입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회계업계의 의견이다. 삼성생명은 경영상의 필요성 때문에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삼성화재 자사주 소각(5125억원 규모)에 따른 삼성생명의 화재 지분율 상승(14.98% → 15.43%)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안이다.
보험업법상 타사 주식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지만, 이는 경영상 필요가 아닌 규제 준수를 위한 형식적 조치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역시 과거 유사 사례에서 "법적 자회사 규정만으로 영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삼성생명의 지분율 우발적 상승과 이에 따른 자회사 편입 과정이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배당금 인식 방식이 삼성생명의 실질적인 경영 상황을 더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회계기준원이 주최한 '생명보험사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에서도 비슷한 반박이 나왔다. 진봉재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이사회 참여 없이 유의적 영향력을 입증하려면 상당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퇴직 후 재고용된 임원 인사로는 영향력을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IFRS17 최초 적용 당시와 본질적 변화가 없다면 기존의 회계처리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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