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승절 D-2…북중 접경지역 '자강도' 방문한듯
미사일 공개는 對美압박 수단… KN-23 계열 추정
2일 베이징 도착 유력, 특별열차 탈 가능성에 무게
한미일 3국과 대치하는 新냉전 구도 가속화 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 행사 참석을 위해 1일 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향해 이미 출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김 위원장이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인 자강동의 군수기업소를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방중 앞두고 미사일 새 생산라인 시찰
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특별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는 열차로 20∼24시간 정도 걸려 1일에는 출발해야 전승절 행사 전날인 2일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봐도 김 위원장은 전날 출발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새로 조업한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새로 설계된 흐름식(컨베이어 벨트식)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 체계를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했다.
보도에 나온 군수기업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강도 지역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는 북한의 각종 군수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다. 예컨대 2·8기계종합공장은 미사일과 박격포 탄두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중국행을 앞두고 함경북도에 이어 자강도 지역으로 이동하며 점점 북중접경에 다가서는 모양새여서 중국 진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미사일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우리 군대 미싸일 무력의 전망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대화된 생산공정이 확립된 것으로 해 국가적인 미싸일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장성되고 중요 미싸일 부대들에 대한 전투정량을 계획대로, 구상대로 늘일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싸일무력을 강화할 데 대한 당의 중핵적인 국방건설방침 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경이적인 변혁이 창조된 것은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집단과 로동계급의 비상히 앙양된 정신력과 지혜와 열정이 안아온 뚜렷한 결실"이라고 치하했다.
전문가들은 대미(對美) 압박 수단으로 미사일을 공개했거나 미북대화가 열릴 경우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심 메시지는 미사일 현대화와 미래 지향적 군비증강에 집중"한 것이라며 "특히 5개년 계획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성과'로 규정하며, 미사일 부대의 전투 정량 확대를 통해 대미·대남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단순한 국내 군수 시찰이 아닌, 국제적 맥락에서 북한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고 동맹국(중국과 러시아)과의 군사적 결속을 예고하는 측면도 내포돼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중심의 군사 우선주의를 재확인, 중국 방문과 연계된 외교·군사 전략의 일부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신설 미사일 공장은) KN-23 계열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기본형과 개량형 등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유한 대량의 탄도 미사일을 지원함에 따라 부족한 재고분을 이른 시일 안에 확보하려는 것 같다"며 "탄소섬유 등 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원료는 러시아로부터 제공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별열차로 중국행 무게…시진핑·푸틴과 '反서방 파워' 과시할듯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특별열차를 이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전례 없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 지정학 구도를 흔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중국을 4회 방문한 바 있는데 2018년 3월 첫 방중 때와 2019년 1월 네 번째 방문길에는 열차로 이동했다. 반면 2018년 5월과 6월 방문 때는 전용기 '참매 1호'를 탔다.
다만 최근 수년간 '참매 1호' 사용 흔적이 없고, 기체 노후 문제도 거론되면서 이번 방중은 열차 이동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호텔이 최근 외국인 예약을 막은 것도 김 위원장의 방중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꼽힌다. 이 호텔은 과거 김 위원장이 열차로 중국을 찾을 때마다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 단둥에서 오후에 출발해 이튿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하는 열차 운행이 내달 1일과 2일 중단된 점도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됐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1일 오전이나 밤에 국경을 넘어 베이징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평양에서 출발했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의 공식 영빈관인 시내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에서 묵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앞서 3차례의 베이징 방문 당시 모두 댜오위타이에서 숙박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광장 망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행사에서 딸 주애와 동행할지도 주목된다. 한국 정보 당국도 2022년 11월 첫 등장 이후 활동 반경이 점점 커지는 주애의 움직임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북중러 간 협력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각에선 한미일 3국 연합과 대치하는 신(新) 냉전 구도가 가속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 이후 다자외교 데뷔전을 치르기 때문에 다양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참석 결정 또한 변화한 국제정치 판도를 고려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단순히 핵을 개발하고 있는 초보적 위상 핵 국가가 아니라 핵무기를 다량 배치해 운용하는 국가라는 '중견 핵보유국가'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동북아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만한 '전략적 지위'를 갖는 국가라는 점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및 러시아와 전략적 이해를 같이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북한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위상을 프레임화는 측면"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는 전술핵 미사일 대량생산으로 '비핵화 불가' '불가역적인 핵무기 고도·실전화'를 강조하는 쪽으로 실질적 역량 중심으로 메시지를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러시아 주도의 국제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는 이날 폐막한다. 이들은 '톈진(天津)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SCO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2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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