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은 유지, 소 여물통은 화단으로”…빈집이 핫한 카페로[현장]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9.08 10:01  수정 2025.09.08 10:01

제주도 화순리 빈집과 우사, 카페로 재탄생

전국 빈집 중 농촌 7만 8000호 활용 가능

정부, 빈집 재생…빈집은행 출범 열흘만 3건

세화 워케이션, 방치된 회관이 복합공간으로

빈집과 우사를 개조해 꾸민 카페인 제주도 화순리에 위치한 포레스트 제이 전경.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여기가 원래 소 여물통이었어요. 지금은 화단으로 꾸며놓았더니, 다들 원래 화단인 줄 아시더라구요.”


지난 3일 제주도 화순리 마을 안쪽 빈집과 우사를 개조해 만든 포레스트 제이 카우셰드를 들어서자, 빈티지한 감성이 녹아 있는 야외 카페를 만날 수 있었다. 우사였다고 하는 곳은 천장 등이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화단으로 꾸며진 곳은 기존에 소 여물통이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원래 화단이었던 곳 같았다.


방수연 포레스트 제이 대표는 부모님의 세컨드하우스를 찾다 우연히 만난 빈집과 빈 우사를 보고 바로 매입을 결정했다. 첫 눈에 반한 지붕 구조와 담장을 최대한 살리고 내부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신축 건설, 기존 건물 매입보다 리모델링 비용이 컸음에도 빈집을 활용하게 된 배경에는 빈 공간 곳곳에 녹아 있는 추억 때문이다.


방 대표는 “이 곳에서 원래 거주하던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우사는 당시 거주하시던 할아버님이 직접 손으로 지었다고 한다”며 “그게 저한테는 이게 역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공간이었음에도 소가 귤밭을 보며 밥을 먹는 모습이 상상됐다. 그 기억이 공간에 그대로 녹아 있길 바라며 리모델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빈집을 활용했을 때 장점은 옛날부터 쌓여져 있는 이끼나 넝쿨,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며 “녹슨 것들도 시간이 지나야만 나타나는 것이다. 옛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신축은 따라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방수연 포레스트 제이 대표는 낡은 우사를 개조해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지 오른쪽 화단이 과거엔 소 여물통이었다.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철거→재생’…정부, 빈집 정책 활용 방향으로


정부도 빈집을 철거하는 방향에서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재생 정책으로 뱡항을 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빈집 13만 4000호 중 농어촌빈집은 7만 8000호(약 60%)로 파악됐다. 이 중 활용 가능한 빈집은 4만 8000호(62%), 철거 필요한 빈집은 3만호(38%)로 조사됐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매년 7000~8000호 빈집을 정비 중이나 철거 지원 위주로 추진됐다.


이를 이번 새 정부에서는 민간 등이 빈집을 적극 활용하도록 기초 정보 파악, 거래 기반 마련, 재생 모델 개발, 민간 투자 지원 등으로 빈집 활용 지원 체계를 확립해 나간다.


먼저 전국실태조사 통합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지자체 관내 빈집 상세정보 수집·분석을 지원한다. 또 빈집 활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촌빈집은행도 운영한다. 민관협업으로 농촌 빈집은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민간 거래 시스템과 연계한다. 지역협력 공인중개사로 139명(19개 시·군)이 활동 중이다. 지난 8월 21일 문을 연 ‘농촌 빈집은행’은 귀농귀촌 플랫폼 ‘그린대로’와 연계해 열흘 만에 3건을 계약시켰다.


민간 빈집 재생 투자 지원을 위해 모태펀드 투자 범위에 빈집 정비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농촌 빈집 재생 및 철거지원 사업은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로 이원화 돼 있었다. 이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하고 2026년 예산 규모도 약 8배 확대(2025년 15억원 → 2026년 123억원)했다.


농촌 빈집 집중 정비를 위해 연내 농어촌빈집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장에 참석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철거가 필요한 빈집임에도 그대로 두면 흉물스럽고, 농촌 위험도도 높아진다”며 “그런 집들은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다른 용도로 재생할 수 있는 건 민간이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 빈집은 도시와 달라 사람들이 정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거래 활성화를 하기 위해 빈집은행제도를 만들었는데 오픈 한 지 불과 열흘 만에 3건이 계약됐다고 한다. 빈집은행을 활성화해 빈집 활용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 농어촌빈집특별법을 만들어 빈집재생 확산을 위한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제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군모 마을PD가 질그랭이 워케이션 센터에서 워케이션 운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방치됐던 옛 건물, 카페·오피스·숙박으로 ‘재탄생’


빈집이 아닌 방치됐던 마을 랜드마크도 재생 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 동쪽 세화마을의 ‘질그랭이 워케이션 센터’는 방치됐던 복지회관을 주민 힘으로 바꿔 놓았다. 2층 카페, 3층 공유오피스, 4층 숙박이 한 건물에 들어섰고, 협동조합 조합원은 494명까지 늘었다. 연 매출 5~6억원, 순이익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재방문율은 38%를 넘는다. LG전자, 대상, 현대중공업, 이지스자산운용 등 기업형 워케이션이 자리 잡았고, B2C 방문도 이어진다.


마을은 10개 펜션 48객실을 묶어 ‘마을호텔’을 운영하며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고, 절약한 비용으로 당근주스·흑돼지 컵라면·맥주를 객실에 비치한다. 참가자 1인당 주간 소비는 45만50만원, 주 20명이 오면 800만~1000만원이 마을로 흘러든다.


다랑쉬오름 웰니스 트레킹, 해녀 투어, 당근 착즙 체험이 낮을 채우고, 저녁엔 바닷가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칠 수 있다.


양군모 마을PD는 “워케이션이 오면 일반 여행 수요가 뒤따라온다”며 “워케이션은 직접 수익보다 ‘관계인구’를 늘리고 지역소비를 확장하는 통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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