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정부…실질 지표 외면한 채 은행권 압박에만 집착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9.08 07:08  수정 2025.09.08 07:08

순이자마진 하락에도 단기 여론전 집중

“서민 금융안정·시장 신뢰 회복 위한 중장기 로드맵 제시해야”

5대 은행이 지난 7월 신규 취급한 기업대출 금리는 평균 4.03%로, 은행별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최저치다.ⓒ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정부가 연일 은행권을 겨냥해 “예대금리차 확대는 이자장사의 증거”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은행권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년 새 하락했고, 기업대출 금리는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은행 때리기식’ 여론몰이가 금융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7월 신규 취급한 기업대출 금리는 평균 4.03%로, 은행별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전쟁 등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은행들이 기업 지원을 위해 금리 우대 프로그램을 대폭 늘린 결과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3.99%로 소폭 올랐지만 정부의 총량 규제로 대출 공급 확대가 막히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2분기 1.55%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예대금리차가 단순한 ‘대출-예금 금리 차이’에 불과한 반면, NIM은 채권·유가증권 운용 등을 포함한 종합적 지표로 은행의 실제 수익성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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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가 금융환경의 복잡성과 정책적 요인을 무시한 채, 예대금리차만을 근거로 은행권을 압박하며 ‘과도한 이익 추구’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업계는 비판했다.


이런 단순화된 메시지는 단기적인 여론전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 금융정책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수익 구조를 감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여론몰이는 금융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며 “은행을 악역으로 몰아붙이는 대신 소비자 보호, 금융취약계층 지원, 대출 구조 개선 등 실질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권과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서민 금융안정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이자장사 프레임’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방식으로는 복잡한 금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융권 불신으로 자금이 필요한 서민과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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