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무더기 구금...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협상 속 우려 커져
WSJ “한국정부·현대차 당황...가까운 동맹에 사전통보 없어” 지적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한국 대기업 공장을 단속해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구금되면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이민단속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 4일에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한미 양자 관계는 현재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으로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가 관세·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단속이 이뤄지면서 여파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협상의 주요 내용이라고 WP는 설명했다.
WP는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 중 하나지만 관세 협상 속에서 긴장이 유지됐다”면서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여전히 무역 합의의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짚었다.
또한 “현대·LG와 같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이런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가까운 동맹임에도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WSJ은 현대차가 지난 3일 미국 내 월간 판매량이 8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호실적을 발표할 당시, 미 당국이 이미 수색영장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 충격도 적지 않다. WSJ은 이번 단속이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서 한국계 커뮤니티를 상대로 하는 사업체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식 바비큐 식당에서 일하는 민 응우옌은 그와 식당 주인 모두 한국인은 아니지만 현대차에서 손님들이 이 식당을 대거 방문해온 가운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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