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주택 공급 확대 의지에도 “산 넘어 산” [9.7 주택공급대책]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9.08 06:00  수정 2025.09.08 06:00

LH, 공공택지 매각 중단…직접 시행으로 공공주택 공급

“새 시도지만 만만치 않아…역량 확보에 재무부담까지”

노후 공공청사·유휴지 활용 등 대책 반복에 실현 ‘의문’

ⓒ데일리안 DB

정부가 공공주도로 주택공급을 보다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제기돼 온 공급 로드맵의 불확실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는 한편 직접 시행을 추진하면서 공공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조직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민간 공급을 대체할 수 있을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 규모나 의지 측면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전날 ‘주택공급 확대방안’를 통해 수도권에서 5년간 135만가구, 연 평균 27만가구를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간 적정 착공 물량은 25만여 가구로 산정되는데 이보다도 더 많은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 간 착공 물량이 연 평균 15만800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의 착공 실적 대비 11만2000가구 순증되는 셈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7일 오후 개최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수도권 주택 부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특단의 공급 조치를 마련했다”며 “매년 1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확보하던 LH가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LH가 시행을 전담하면 민간이 설계·시공 등을 담당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형태로 추진할 방침이다.


여기에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한편 도심 내 유휴 국공유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한 복합개발 추진, 공공 도심복합사업 및 공공정비사업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공급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의 경우 주택 실외 소음기준, 학교용지 기부채납 등 위축된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규제 완화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상경 국토부 제 1차관은 “그동안 민간 부문의 지원에 주력했지만 공사비 상승이나 경기 변동으로 민간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3년 간 신규 착공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주택공급에 대한 공공부문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기 변동에 따른 공급 불안정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이번 대책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기긴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LH의 직접 시행에 대해서도 구조개혁을 병행하면서도 관련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공급 주체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대전환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야기될 수 밖에 없는 재정 부담도 과제로 꼽힌다.


이은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직접 시행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예컨대 3기 신도시 전체를 LH가 직접 시행한다고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순도급과 토지임대부 등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전 과정을 수행하는 턴키(Turn-Key) 방식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LH 직원이 일부 프로젝트매니저(PM) 역할을 하는 것이냐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LH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공공분양(1420가구), 통합임대(982가구), 행복주택(544가구) 등 총 2946가구 착공에 그치며 연간 목표였던 약 5만 가구의 6%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LH의 실행 역량에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역량 확대에 필요한 재무적 여건도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다. 양 전문위원은 “LH는 부채 규모가 올해 170조1817억원, 내년에는 192조459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공공택지 판매 지연과 임대주택 운영 손실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5년간 6만 가구의 직접 시행 추진은 부채 증가와 영업 손실 누적 등으로 실질적 공급은 구조적 지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도 “공공임대 적자 등 기존의 적자를 메꾸면서도 직접 시행을 통해 얼마만큼의 주택공급 가격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정부가 제시한 노후 공공청사와 임대주택 등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실제 사업 구체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노후 공공청사 등 활용 방안은 공급 잠재력을 키울 수 있고 인구 및 사회 구조에 발맞춘 정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과거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과 유사한데 실제 사업화까지는 주민 협의, 도시계획 변경, 예산 문제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어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앙 전문위원도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 및 철도역 인근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은 입지의 희소성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지만 실현 가능성에 있어 제약이 많다”며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물량은 일반분양 물량 비중이 적고 시장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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