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가져올 청년들의 잿빛 미래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17 07:00  수정 2025.12.11 09:43

노란봉투법 공포, 내년 3월 10일부터 시행

하청 근로자들, 원청 교섭 요구 쟁의 행보

현대중공업에서는 고공 크레인 점거 농성

시행까지 6개월, 기업 노봉법 불안 휩싸여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10일 오전 울산 조선소 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하청 근로자의 원청 대상 교섭 허용과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하는 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이 공포되고, 시행을 6개월 앞뒀다. 국내외 경제계가 얼마나 강력하게 만류했던가. 경제계는 절박했던 만큼 경고와 호소를 반복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월 중순에는 재계 원로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대한상의·한경련·중기중앙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이 함께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어떠한가. 노사관계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충분한 노사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목소리, 그리고 노란봉투법의 거대한 부작용을 우려한 야당의 경고는 애초부터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는 듯이 뭉개버리고, 거대 의석 수의 범여권은 끝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초, '경제 악법(惡法)'을 주제로 청년들이 여러 차례 토론을 진행했었다. 그때 청년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법안이 바로 노란봉투법이었다.


한 전문가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서, 법안들을 '경제 악법(惡法)'으로 못박아버리기보다는, 거대 의석 수 때문에 통과될 수밖에 없는 법안이라면 어떻게든 절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현재 상황을 보니 그 말씀이 무색하다. 그럼 청년들은 어떤 이유로 노란봉투법을 경제 악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청년들이 노란봉투법을 경제 악법으로 인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노란봉투법 공포로 인해 기업들이 매우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맞이하게 되면서, 신규 채용 규모를 더욱 축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도로를 상상해 보자. 그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라면 운전을 어떻게 하겠는가. 속도를 내지 않고, 멈칫거리며 최대한 천천히 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투자 위축'이다. 기업의 투자는 공장 설비,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같은 생산 기반 확대로 이어진다. 투자가 줄어들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들고 당연히 고용은 위축된다.


또한 노조의 쟁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파업이 전방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됨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미 수많은 경고가 있었다. 누가 툭하면 제동을 거는 곳에서 기업을 운영하려 하겠는가. 기업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면 일자리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던 8월 24일, 설마설마했는데 주식시장에서 '로봇 관련주'가 급등했던 일은 여러모로 씁쓸한 마음이 들게 했다.


뉴스나 SNS를 보면, AI로 인해 줄어드는 직업 순위, 일자리 수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안 그래도 산업과 시대의 흐름이 변하게 되면서 탈노동&자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때문에 청년들의 걱정은 이미 한가득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 시행이라니.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도, 무분별한 파업도 없는 '로봇'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반영된 결과인 '로봇주 급등'이 씁쓸하지 않을 리가.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6개월. 고용노동부는 현장지원TF를 통해 준비 기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며 상생 교섭 방안 검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친(親)기업인 척하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기업의 뒤통수를 치는 강력한 법안들을 통과시켜버린 만큼, 실제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8월, 청년정치인 손솔 진보당 의원은 노란봉투법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노란봉투법은 미래세대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불안정 노동자 특히 청년 노동자들이 나쁜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법"이라 했다.


그런데 이 관점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보자.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자. 감성을 앞세워 속이지 말자. 청년들이 바보가 아니다. 노란봉투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 경제계와의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맞지 않을까.


국내외 상황들이 녹록지 않아 대한민국 경제·기업·미래세대 모두 어렵고 힘들다. 미래세대는 이 와중에 '정년 연장'까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야속하다. 이런 식이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 시장이 더욱 쪼그라들며 청년들은 혹독한 고용 한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그토록 이야기하는 '국민'을 위한다면,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에 제동 거는 일을 멈추고, '상생'을 고민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빛을 잃게 될 것이다.


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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