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전지현·이영애, 톱 여배우들이 이끄는 안방극장 스릴러 변화 [D:방송 뷰]

배우 고현정, 전지현, 이영애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묵직한 장르물을 이끌며 무게감을 더하는 한편, 각자의 개성을 살려 색다른 스릴러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지현은 디즈니플러스 ‘북극성’에서 강동원과 함께 첩보 멜로를 완성 중이다. 유엔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 가운데, 그를 지켜야만 하는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 드라마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 문주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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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준익(박해준 분)의 피격 사건을 추적하는 동시에,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과정을 통해 첩보물의 재미를 느끼게도 하지만, 문주가 산호와 묘한 감정을 형성하며 부여한다. 문주가 폭탄 테러 위협을 받으며 서사가 고조되는 동시에, 산호가 문주 대신 압력식 폭탄 의자에 앉는 순간 오가는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 장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첩보에 멜로를 더해 ‘북극성’만의 분위기를 구축한 것이 ‘북극성’ 초반 호평의 핵심 요인이 된 셈이다.

고현정은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마를 연기하고 있다. 연쇄살인마 ‘사마귀’가 잡힌지 20년이 지나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이 사건 해결을 위해 한 형사가 평생을 증오한 사마귀 엄마와 예상 못 한 공조수사를 펼치는 작품. 범죄 스릴러에 극 중 모자 관계인 고현정, 장동윤이 형성하는 묘한 긴장감이 여느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북극성’에서는 전지현과 강동원의 애틋한 멜로가 차별점이라면, ‘사마귀’에서는 ‘모성’이라는 감정을 역이용한 것이 색다른 재미를 자아내는 것.

이 외에도 이영애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으로 벌이는 KBS 주말드라마 ‘은수 좋은 날’에서 평범한 주부가 마약 범죄에 빠지는 과정을 그릴 전망이다. 송현욱 감독은 ‘은수 좋은 날’에 대해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섰다”고 여느 마약 범죄를 다룬 작품과 ‘다른’ 점을 강조하며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그들이 마주하는 낯선 세계의 이질감, 충격에 대해 담고자 했다.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톱배우들의 ‘도전’이 ‘장르물’로 귀결되는 것엔 ‘오히려 뻔하다’고 반응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의 ‘도전’이 작품의 신선함을 배가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긍정적이다. ‘북극성’과 ‘사마귀’ 모두 아직 전개 초반에 불과하지만 완성도 높은 전개, 그리고 나름의 개성을 갖춘 신선함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주인공의 강점과도 조화롭게 맞물린다.

지난 2021년 고현정은 ‘너를 닮은 사람’, 전지현은 ‘지리산’, 이영애는 ‘구경이’로 지금과 유사한 경쟁 구도를 만든 바 있었으나, 세 작품 모두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을 받거나, ‘너무 실험적’이라는 아쉬움 속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었다. 당시에도 세 톱 배우들의 안방극장 복귀에 큰 관심이 쏠렸지만,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곧 차가운 시선으로 이어졌었다.

결국 ‘스타 캐스팅’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는 있지만, 결과를 뒤집을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동시에 캐스팅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영리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