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교 제주소반 개발기획팀장 인터뷰
차별화된 패키징과 감성 전략으로 프리미엄 밀키트 시장 공략
제주소반 밀키트로 차린 한 상.ⓒ제주소반
제주 어촌의 해산물을 '특별한 상차림'으로 제안하는 밀키트 브랜드, '제주소반'. 여행 가방을 닮은 패키지, 일등석 비행기 티켓 같은 레시피 카드,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제대로 차리고 싶은 식탁'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철학까지.
기획 단계부터 현재까지 이 실험을 이끌고 있는 한다교 팀장을 만나 그들의 진심과 전략을 들었다. 그의 첫 마디는 가벼웠지만, 이내 제주소반의 진지한 철학으로 이어졌다.
한다교 제주소반 개발기획팀장.ⓒ제주소반
▲제주소반은 어떤 브랜드인가.
- "밀키트로 떠나는 제주 미식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는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리고 싶을 때 꺼내는 특별한 한 끼'예요.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일지라도요. 요즘 밀키트가 대부분 '편리함'만을 강조한다면, 저희는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간편함 속에서도 내 손으로 직접 차리고, 예쁘게 담아내고, 함께 먹을 사람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까지 고민하죠.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한 끼보다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행복한 순간을 만드는 특별한 한 끼'를 선사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저희 만의 독특한 패키지가 바로 그 시작이죠.
▲밀키트 용기가 독특한데 이유가 있나.
- 맞아요, 독특하죠. 저희는 오히려 특별하고, 어쩌면 조금은 낯설게 보이기를 바랐습니다. 요즘 밀키트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잖아요. 플라스틱 용기에 스티커 하나, 혹은 슬리브 형태로요. 하지만 저희는 '제주소반'입니다. '제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주 여행,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공항에 갔을 때를 꼽습니다. 제주로 떠난다는 설렘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죠.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에는 비행기 티켓을 든 채 출국장을 들어서는 모습,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 않나요? 제주소반 밀키트 패키지는 바로 그런 설렘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패키지를 열었을 때 제주의 즐거웠던 기억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저희는 단순히 밀키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아름다운 기억과 경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제주소반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 또는 소비자 반응이 있었던 제품이 있다면.
- 조금 오래 전 일이지만, 한 고객분께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신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따님이 제주소반 밀키트로 요리하는 장면을 찍어 올려주셨더군요. 저희에게는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0살 아이조차도 멋진 레스토랑 요리를 만들며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바로 저희가 꿈꾸는 장면이었죠. '누구라도 셰프가 될 수 있는 순간', '가족이 함께 만드는 소중한 기억'. 사실 그때는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 지 잘 모르고, 정신없이 바빴던 시기라 충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연락처를 찾아 다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약소하게나마 성의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소반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제주소반에서 일하기 전인 2016년 여름, 제주 출장 중에 상품 굿즈로 사용할 뿔소라 껍데기를 들고 기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한 간부님이 "왜 쓰레기가 여기 있어?"라고 말씀하셨죠. 순간 당황했습니다. 제주를 벗어난 사람들에게 뿔소라 껍데기는 매우 희귀하고 아름다운 오브제인데 말이죠. 익숙함과 낯섦이 주는 시각차였지만, 그때 문득 '어쩌면 제주를 더욱 제주답게 가꿀 수 있는 사람은 외지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제주로의 이주와 정착, 그리고 사업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내가 지금 뭘 소비하고 있지? 지역을 위한다면서, 과연 무엇을 위하는 걸까?"라는 자문에 답하기 위해 철저히 현지의 것, 진짜의 것으로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주소반의 시작이었고, 그때의 당황스러움이 지금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의 식재료, 식문화, 생활문화, 천혜의 자연, 그리고 사람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제주소반을 고른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 '오늘은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제주소반과 함께 모두가 즐거운 식사 시간과 홈파티를 만들고, 그 한 끼가 기억에 남는 특별한 식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저희 상품 후기를 보면 혼자 사는 분들도 많지만, 그분들 역시 그냥 드시는 것이 아니라 예쁜 접시를 꺼내 폼나게 플레이팅을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음식이 아니라 '식사의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식탁 위 반 평도 안 되는 공간일지라도, 예쁜 요리와 그릇만 있다면 멋진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기에 충분히 넓은 공간이니까요.
제주소반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밀키트가 아닙니다. 제주의 공기와 추억을 상자 속에 담아 누군가의 하루를 특별한 순간으로 바꿔주는 '여행 티켓'에 가깝죠. 어쩌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간편한 한 끼'가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한 끼'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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