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금감원 직원들… ‘낙하산 모피아’ 늘리는 조직개편 직격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09.19 05:05  수정 2025.09.19 05:05

금감원 직원 절반 이상 참여… 국회 앞 첫 대규모 장외집회 열려

비대위 “금소원 분리·공공기관 지정, 소비자 보호 역행하는 개악”

“모피아 책임 회피·자리 늘리기” 정치권·현장서도 강도 높은 비판

정부의 금융감독 조직개편안에 맞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18일 국회 앞 집회에 나섰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정부의 금융감독 조직개편안에 맞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지난 18일 국회 앞 집회에 나섰다. 금감원 직원들은 정부의 조직개편 발표 직후 금감원 로비에서 출근길 집회를 계속하다 이날 처음으로 장외집회에 나섰다.


금감원 비대위는 이날 시위에서 금융감독 조직개편이 “모피아의 달콤한 제안”이라며 규제 완화 정책 추진 후 발생한 금융사고들에 책임지지 않고 떠나가는 금융관료들의 자리만 늘리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이날 오전부터 집회 준비를 위해 피켓과 깃발 등을 준비해 대기했다. 출근길 집회와 달라진 점은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주도한 것이 ‘모피아’의 소행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피켓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영화 ‘서울의 봄’을 패러디해 ‘모피아의 봄’이라고 적은 피켓에는 “실패하면 개악, 성공하면 자리 늘리기 아닙니까”라는 대사가 적혀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을 패러디해 ‘모피아의 봄’이라고 적은 피켓.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집회에는 경찰추산 1200여명이 참석해 금감원 총원 2444명 중 568명의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1876명의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윤태완 금감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금융감독원의 분리 시도와 공공기관 지정을 막아내고 소비자 보호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0년 전 외환위기의 상처는 우리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며 “정치로부터 독립된, 하나로 통합된 금융감독만이 위기를 예방하고 국민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감독 기구를 관피아의 영향 아래 두려 한다”며 “우리의 집회는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월급을 올려달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국민과 소비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외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 비대위는 이날 배포한 성명문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그럴싸한 구호이자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비대위는 “(금융감독 조직개편의) 실상은 기관장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금감원 해체이며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목줄을 채워 금융감독을 금융정책에 더욱 예속시키려는 불순한 획책”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올렸다.


금소원 분리·신설은 금융소비자 보호 역행하는 개악이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금융감독체계를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시켜 관치금융을 부활하려는 획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공론과 숙의 없이 졸속 입법으로 추진돼 ‘특정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소통 중시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았냐며 개편 논의가 숙의와 토론을 거쳐 재편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섭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단상 위에 올랐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섭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단상 위에 올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강 의원은 “기획재정부 권한을 축소하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엉뚱하게 금감원 해체, 분리하려는 데 이게 말이 되냐”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데 정부 치하에 두기 위한 신관치금융 시대를 만드는 ‘개악’”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기재부의 힘을 빼야한다는 데는 명분이 선다. 하지만 금융위·금감원의 해체는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보호는 금융감독의 핵심 기능이라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코스피 5000을 호언장담하는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을 이런 식으로 대하고 있다”며 “야당 정무위 의원들은 여러분의 편에 서서 (국민에게) 말씀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비대위 측은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강준현 의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시간 관계상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조직개편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를 여당이 쥐고 있는 만큼, 집회에 야당 의원만 부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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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자유발언에서는 명확한 개편의 이유도 내놓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되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모피아의 달콤한 제안’일 뿐, 사실상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선임조사역은 “재경부를 중용하려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에게 ‘모피아의 제안이 달콤한가, 그런데 그것은 독약’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운을 뗐다.


김 선임은 “금융관료들이 적극 검토하는 서민대출 활성화, 금리인하 정책들은 당장 재정지출 없이도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지만 결국 금융사들은 시간이 지나 이자가 붙은 막대한 청구서를 서민들에게 들이민다”고 했다.


이어 “청구서를 받으면 서민들의 삶은 파탄이 나서 돌이킬 수 없게 되고 정치인들은 정치적 책임을 져 선거에서 지고 정권은 교체된다”며 “하지만 이런 정책을 추진한 금융관료들은 낙하산을 타고 안전하게 탈출했다. 책임은 금감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1년 사모펀드 DLS 사태까지 금감원의 담당자는 관리 부실이라는 이유로 조치를 받았지만 금융관료는 아무도 조치받지 않았다”며 “금융관료는 건달들처럼 이권만 챙겨 ‘모피아’라 부른다”고 했다.


그는 “책임지지 않는 모피아가 금융, 금융감독, 금감원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라며 “금소원 분리는 그저 모피아 대신 책임을 떠안을 방패막이 하나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또 “누군가 우리에게 ‘싫으면 나가라’고 말한다. 그럴 수 없다. 그것은 너무도 쉽고 안일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서민의 금융안전망은 얼마든 외면할 수 있는 모피아에게 금융 정책과 금융감독을 맡기고 도망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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