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독주→필리버스터' 재현…민생법안 줄줄이 연기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5.09.26 00:15  수정 2025.09.26 09:39

與 "금융위 폐지 철회" 양보

野 "조직개편 전반 문제" 거절

민주당 쟁점법안 먼저 상정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대응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25일 국회본청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회동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해온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가 결렬된 채 본회의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모든 쟁점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며 대응에 나섰고 이에 60여개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가 줄줄이 밀리게 되면서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은 25일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안 가운데 금융위원회 등 현행 금융정책·감독 기구의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정부조직 개편에 전면 반대하며 이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국민의힘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였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대는 당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 했던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정부 조직 개편을 신속히 처리해 정부 안정이 긴요하나, 여야 대립으로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당정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금감위 설치법 등 연계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돌연 방향을 틀어 경제부처 개편 계획을 전면 철회하며 한발 물러났다.


민주당은 나름의 '당근책'을 내놓으며 국민의힘의 협조를 기대했다. 한 의장은 "금융위 개편 관련 내용이 야당에서 가장 문제 삼은 것"이라며 "이 정도 선에서 야당의 (의견을) 경청해서 안을 만든다면 합의 처리를 해주지 않을까, 필리버스터까지 가지 않는 상황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대 협의 이후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 일정까지 미루면서 1시간 가량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증언감정법 개정안 총 4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된 법안을 제껴놓고 굳이 합의가 안 된 법안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를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며 불쾌해했다.


아울러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을 해체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누는 것도 문제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것도 헌법 위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특히 원전을 수출과 산업, 건설 쪽으로 나눠서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나누는 것도 원전 생태계를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속전속결로 마련된 '금융위 개편 철회' 협의안은 향후 민주당의 태세 전환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간 태도를 볼 때 야당과의 합의, 약속을 하루 아침에 엎어버리고 또 다시 단독으로 추진할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60여개 비쟁점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우려해 쟁점법안부터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비쟁점법안들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하니 불가피하게 상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합의한 걸로 그렇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모든 비쟁점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원총회 후 일부 비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비쟁점법안은 △문신사법안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외에 결의안 등으로는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국회 결의안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의 건 △2024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2025년 국정감사 정기회 기간 중 실시의 건 △본회의 의결을 요하는 국정감사대상기관 승인의 건 등이 통과됐다.


공공기관운영법, 이른바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4건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은 필리버스터 신청이 인정되지 않아 이날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졌고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필리버스터는 4박 5일간 진행된 뒤 29일 종료될 예정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시작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료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범여권 의원을 모아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물리적으로 하루에 법안 한 개씩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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