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따라 시작한 농사…공공임대 덕에 안정 기반 다져” [농지 세대교체–청년농 편]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9.26 11:00  수정 2025.09.26 11:00

청년농 박찬기 씨,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 참여

1.37ha 임차해 벼와 식량작물 재배, 안정 영농 기반

박찬기 씨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 초기 정착 도움”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청년농에게 임대된 청주시 논 풍경.ⓒ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게 됐고, 농부라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23세 청년농 박찬기 씨는 올해 본격적으로 영농을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논밭 일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농업에 눈을 떴다. 스물세 살이 된 지금은 독립된 농부로서 첫발을 내딛고 있다. 현재 그는 주로 벼를 재배하면서 일부 밭작물에도 도전하고 있다.


농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기는 지난해 청년창업농 선정을 계기로 찾아왔다. 아버지가 개인적으로 농사를 이어오던 기반 위에, 박 씨는 ‘더 많은 농사를 지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올해부터 한국농어촌공사의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새로운 농지를 확보했다.


이 사업은 농어촌공사가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의 토지를 매입해 청년농 등에게 장기 임대하는 제도다. 2010년부터 시행했다. 농지이용구조를 개선하고 농지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청년농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임차 기간은 5년으로, 55세 이하 자가 농업용 시설에 타작물 재배 시 10년간 임차할 수 있다. 임차료는 해당지역 표준 임차료 50~100% 수준에서 협의 결정한다. 타작물 재배 또는 일정기간 휴경 시 임대료가 80% 감면된다.


해당 제도는 청년농 입장에서는 초기 자본이 부족해 토지 매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씨가 임차한 농지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일대 1.37ha 규모다. 일반 임대 시세와 비교하면 상당한 비용 차이가 난다. 박 씨는 공공임대용 농지에서 타작물 재배 의무를 이행하며 기본 임대료의 80% 감면을 받고 있다.


박 씨는 현재 임차한 농지에서 가루쌀 등을 재배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박 씨는 “보통 해당 사업에 선정되면 같은 1000평을 임대할 때, 공공임대 농지는 약 1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 임대는 150만 원 안팎”이라며 “저는 타작물 재배 혜택을 받고 있어, 임대료를 80%까지 감면 받고 있다. 농지 임대 비용이 줄어든 덕분에 초기 농자재 구입이나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이 농사를 하다보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 수익이 없을 때도 있었는데, 감면 혜택이 붙어 수익이 없어도 임대료를 내며 생활이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만약 이 사업이 아니었다면 농지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개인 임대 수요가 이미 많아 새로 진입하는 청년농은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개인 임대는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며 “임대 사업이 없었다면 농사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작물 재배 시 임대료 감면 혜택도 초기 영농 정착 과정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수익이 안정화되지 않은 청년농에게 실질적인 버팀목이 되는 셈이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단순히 비용을 낮춰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마련해 준다. 일반 임대는 소유자의 사정에 따라 계약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공사 임대는 최소 5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하다.


박 씨는 “일반 임대는 소유자가 임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공임대는 안정적이라 부담이 적다”며 “5년 후에도 다시 임대가 가능하니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은퇴농의 땅을 청년농이 이어받는 구조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을 연결하는 제도적 선순환 구조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는 “농지가 세대교체 되는 것이 정말 좋은 구조라고 생각한다”며 “고령농에게는 은퇴 기반을, 청년농에게는 안정적인 기회를 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에 농사를 하시다가 해당 제도를 이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그보다도 농촌에 농지가 없는 도시분이 시골로 돌아와 농사를 시작할 때, 넓은 규모의 농지를 저렴하게 임대 받을 수 있으니 더 혜택이 크게 와닿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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