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주택 공급·노동안전 등 잇단 대책 발표
실효성 ‘의문’에 업계와의 ‘소통 미흡’ 지적도 제기
“현장 의견 제대로 경청해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업계나 현장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 발표 전후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행위일 뿐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은 배제해 버리니 결국 맹탕 대책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지난 6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최근까지 건설업계 관련 취재를 할 때마다 그 과정에서 수 차례 지속적으로 듣고 있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수요 억제부터 주택 공급, 산업현장 근로자 안전관리 대책 등 연달아 여러 정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정작 이를 수행해야 하는 건설업계에선 현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보다는 정부 입맛에 맞는 대책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건설현장의 경우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예고돼 있다. 지난 15일 범부처 차원에서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사망사고 관련 건설사에 대한 과징금을 도입하고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넓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근로자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증가, 물가 상승, 건설경기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를 살피지 않고 처벌부터 강화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발주처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적정 비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반영됐으나 사고 발생 시 폭넓게 인정되는 건설사 책임과 여러 법령들과의 중복 규제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란 불안감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처벌 수위만 높였다간 사고 발생률을 낮추기는 커녕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하는 주택 공급 정책이 발목을 잡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택 공급 정책도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 그 자체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대책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요한 것이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인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소극적인 참여로 이어지며 공급 체감 효과가 더욱 지연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 큰 불확실성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추가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의 창구를 막아두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확산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실제로 6·27 대출 규제에 이어 9·7 주택 공급 대책에서 국토부 장관이 직접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지정권자로 관련 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되레 성동구 등 한강벨트 일대를 중심으로 급격한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이 되려 불안 심리를 증폭시켜 ‘집 사자’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건설 현장의 안전과 주택 공급, 부동산 시장 안정화 모두 시급한 과제지만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신중하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풀어 나가려면 지금부터라도 현장과 업계 등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정책을 보다 면밀하게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성급한 대책만 냈다간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