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민간 주도 협력 앞장
파운드리, 팹리스, 패키징 등 전방위 협력 확대
"진입장벽 높지만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달리는 컴퓨터 된 자동차… 2030년 200조 시장 공략
현대모비스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앞장선다. 국내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상위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협력시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차량용 반도체는 외국산 의존도가 높아 지난 2022년 반도체 수급난으로 완성차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기술력을 입증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서 인사말을 통해 "자동차는 이제 달리는 컴퓨터라고 해도될 정도다. 전력, 통신, 인포테인먼트, 센서 등 차량에서 반도체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과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부품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최적의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급 인사들과 관련 임원 8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LX세미콘, SK키파운드리, DB하이텍, 글로벌테크놀로지, 동운아나텍, 한국전기연구원 등 반도체 관련 국내 주요 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민간 주도의 차량용 반도체산업 공동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다.유럽과 북미 등 외국산 제품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분야였지만, 국내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국내 차량용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로서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이자, 공급망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규석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고품질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한번 세팅되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모바일, 가전과는 결이 다른 산업구조다.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좋은 보완재가 될것이라 믿고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의기투합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에 독자적인 설계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방대한 산업구조가 특징이다. 개발 과정이 길고, 품질인증 절차가 엄격해 신규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다. 컨슈머 반도체보다 혹독한 주행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일부 해외 업체의 영향력이 상당한 분야였다.
현대모비스가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기업 차원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무역분쟁이나 각종 외부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번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최소 5~6년 간 장기간 공급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매우 전략적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전력반도체와 핵심부품을 통합 개발하면 이를 각각 개발할 때보다 최대 2년 가까이 연구개발 속도를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어기에 탑재하는 각종 시스템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반도체 등 자체 개발한 총 16종의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수량으로는 2000만개에 이른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수록 반도체 국산화에 조속한 성과를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반도체를 선별해 품종수를 줄여 반도체 공급 업체에도 수익을 개선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또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에서 시작해 점차 고사양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전무는 "현대차그룹에서는 공통으로 사용할 차량용 반도체를 선별해 표준화,공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품종수는 줄어들고 시장규모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반도체 공급 업체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품질과 재고 관리 위한 수고로움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어 "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부터 고사양으로 점차 확대해 초기 진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겠다"며 "표준화 반도체 후보로는 MCU, CAN-FD 등이 있다. 표준화, 공용화 전략은 공급사 수익성을 확보하고, 수요사는 공급안정성을 강화하는 상생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기업 중에는 글로벌테크놀러지와 동운아나텍이 현대모비스와 이미 공동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램프와 구동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각각 TV와 모바일 반도체 전문 팹리스사로 최근 모빌리티 분야로 입지를 넓혔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약 1380억 달러 (한화 약 200조원) 규모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의 주요 수주 품목인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동화용 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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