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만난 로봇, 상상에서 현실로”...최종현학술원 강연 개최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9.30 09:04  수정 2025.09.30 09:04

“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결국 인간 넘을 것”

“로봇이 갖지 못한 마지막 보물은 인간의 자유의지”

지난 2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과학+α 융합 토크’ 강연에서 김주형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서울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SF, 로봇, 인간’ 특별 강연을 공동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날 진행된 특별 강연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는 디즈니리서치,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 연구소(DARPA 프로젝트), 삼성전자 등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는 과정과 휴머노이드 기술의 진화를 소개했다. 특히 디즈니리서치 재직 당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는 연구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UIUC에서 KIMLAB을 이끌며 차세대 로봇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연구실의 대표 성과인 파프라스(Papras), 링봇(Ringbot) 등을 소개하며 “만화와 영화 속 상상을 연구실에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로봇 공학자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생활 속에 보급돼야 데이터가 쌓이고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진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애플에서 8년간 아이폰 통신 모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며 글로벌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벨로다인 라이다에서 자율주행용 라이다 시스템 개발을 이끌었다. 현재는 LG전자에서 차세대 로봇 플랫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 지능을 ‘탄소 지능’, 인공지능을 ‘실리콘 지능’으로 구분하며 두 지능의 차이와 보완성을 설명했다. 또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단계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면 결국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은 과학작가이자 공학박사로, SF소설과 인문과학서를 집필해온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김 교수는 만화와 영화 속 로봇들을 연구실에서 구현해낸 경험을 풀어냈다. 그는 “만화 속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며 “로봇이 일상에 더 보급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AI 발전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리서치 시절 몸이 분해돼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 ‘올라프’에서 착안해 다리가 떨어져도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또 김 교수는 “AI 발전의 열쇠는 결국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공장용 로봇은 데이터를 쉽게 축적할 수 있지만 일상 속 로봇은 보급이 부족해 학습 데이터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그는 “더 많은 로봇이 보급돼야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로봇이 진정한 ‘지능’을 갖출 수 있다”며 로봇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쓸데없는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디즈니리서치에서 눈동자 움직임을 연구한 경험을 들며 “숨을 쉬듯 떨리는 눈동자, 의미 없는 시선 이동 같은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인간다운 자연스러움을 만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과학+α 융합 토크’ 강연에서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

김 연구위원은 인간과 로봇의 본질적 차이를 ‘자유의지’에서 찾았다. 그는 “DNA가 지시하는 대로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주어진 대본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만의 자유의지”라고 했다. 이어 “AI와 로봇이 인간의 많은 영역을 대체하겠지만 자유의지라는 마지막 보물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사회는 AI와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대중화의 분기점은 어디일까. 김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빨래·청소를 합리적 가격에 대신할 수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고 답했다. 청소 로봇이 이미 ‘설치만 하면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수준에 도달했듯 세탁-건조-개기, 식기 세척-정리 등 ‘마지막 1미터’를 메우는 자동화가 대중화의 관건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술 발전이 단순히 편리함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판사는 기분에 흔들리지 않지만 인간 판사는 시대와 이해관계 속에 놓인다. 역사의 심판은 결국 후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한 로봇 발레리나 사례를 언급하며 “로봇 발레리나는 동작을 완벽히 따라 할 수 있어도 무대에서 땀과 호흡, 현장의 울림을 전하는 감동은 부족하다”며 “결국 ‘저건 로봇이야’라는 인식이 개입되는 순간 감정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오히려 인간 지능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학습한 신경망 모델이 단순히 데이터를 외우는 수준을 넘어 수학 문제까지 풀어내는 과정을 보며 “인간 지능 또한 복잡한 학습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학계에는 AI가 인간 지능의 원리를 닮아 결국 유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시각과, 인간 지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시각이 공존한다”면서 “저는 과학자로서 전자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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