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이어 환노위에서도 대거 중복 채택 가능성
근본적 제도 개선 논의 아닌 형식적 질의응답 우려
‘호통·사과’ 동어 반복으로 감사 효율성 저해 안 돼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업계엔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올 들어 건설 현장 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올해 국감에서 뜨거운 이슈로 다뤄질 수 밖에 없어서다.
높은 긴장감 만큼이나 상황도 좋지 않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지난달 말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8개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오늘 전체회의에서 증인 채택안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건설사 CEO들이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줄소환되는 사례는 분명 이례적인 모습이다.
앞서 국토위에서 이뤄진 증인 채택 이유 대부분이 건설 현장 안전 문제로 올 들어 건설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줄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방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지만 지난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건설 현장 안전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업계로서는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수의 CEO를 국감장에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 과연 정답일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 경영에 1분 1초가 아까운 기업인들의 활동을 저해한다는 전통적인 시각은 배제하더라도 일정과 시간이 제한되는 국감에서 과도하게 많은 증인은 형식적인 질의와 답변만 이어지면서 오히려 감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감사가 이뤄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국감의 취지와 목적이 단순히 이슈를 만들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짚어서 이를 해소할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함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국토위에서 채택된 증인들이 환노위에서 대거 중복 채택된다면 과도한 책임 추궁 문제를 떠나 동어 반복 국감이라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국감장에서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과 제도 개선 논의가 아닌,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건설사 CEO들의 사과 장면만으로 점철되는 국감이 연출될까 우려스럽다.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감이 기업인의 망신주기 장으로 전락했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건설업계 CEO들에게 이번 국감이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는 모르지만 ‘호통’만 난무하고 ‘망신주기’가 줄을 이었던 장면으로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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