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제미니 등 거래소표 카드부터 웹3 프로젝트 카드까지
결제는 법정통화, 정산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규제 명확성 업고 확장하는 가상자산 카드 생태
가상자산 기반 결제카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자·마스터카드 등 전통 카드 네트워크 중심의 시도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 블록체인 프로젝트 주도형 카드까지 등장하며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웹3 프로젝트가 직접 결제카드를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가상자산 결제카드는 일반적으로 보유 자산을 결제 단계에서 법정통화로 자동 전환해 가맹점에는 일반 카드 결제와 동일하게 정산되는 구조다. 초기에는 카드 네트워크와 제휴한 핀테크와 거래소 중심으로 제품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체인 프로젝트와 지갑 사업자까지 참여 범위가 넓어졌다. 애플페이·구글페이 연동, 가상카드 발급,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보안 통제가 보편화되면서 기존 카드와 유사한 형태로 출시되기도 했다.
비자와의 협업 사례로는 북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데빗 카드가 대표적이다. 코인베이스는 2019년 영국과 유럽에서 비자 데빗 카드를 선보였고 이후 미국에서도 대기자 모집을 거쳐 서비스를 확대했다. 결제 시점에 가상자산 잔액을 자동 환전하는 방식으로 앱에서 결제 차단과 한도 관리 등 기본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코인베이스는 올해부터 멤버십과 연동된 신용카드 제품(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네트워크 기반)인 원 카드를 발행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스터카드는 2022년 4월,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와 협업한 제미니 카드를 미국 50개 주에 출시했다. 이 카드는 결제 직후 가상자산 보상이 즉시 적립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지난 6월엔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이 자사 지갑(비트겟 월렛)을 기반으로 마스터카드와 함께 수수료 없는 카드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부터 시작해 라틴, 아시아 등 다지역 확장을 내세웠다. 두 사례 모두 가맹점 결는 기존 카드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지갑 연동과 보상 같은 웹3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웹3 프로젝트 주도형 사례도 늘고 있다. 캐스트(KAST)는 솔라나 네트워크를 채택한 카드로, 스테이블코인 지출과 체인 스테이킹 보상을 결합해 체인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유럽에서는 이더리움 기반 지갑 세이프(Safe)와 연동되는 그노시스 페이(Gnosis Pay)가 있다. 수수료가 없고 5% 캐시백을 받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더파이(ether.fi)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담보형 신용 모델을 표방한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보유 자산은 그대로 두고, 담보를 설정해 열린 한도로 결제하는 구조다. 싸이퍼(Cypher)는 비수탁(개인지갑)에서 카드를 충전한 뒤, 가맹점 결제는 법정통화로 처리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가상자산 기반 카드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는 스테이블코인 정산 도입과 규제 명확화가 꼽힌다.
먼저 카드 결제 대금 정산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자는 2023년 USDC(USD코인) 정산을 솔라나 네트워크로 확대하고, 인수사인 월드페이와 누베이를 대상으로 정산 파일럿을 진행했다. 마스터카드 역시 올해 동유럽·중동·아프리카(EEMEA) 지역에서 인수사가 USDC와 EURC(EUR코인)로 정산하는 것을 허용하며 속도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규제 정비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암호자산시장규제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공시·감독 체계를 마련했고 해당 규정은 올해 6월부터 시행됐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올해 5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커스터디 규정(안)을 공개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으며 최종 규정은 2026년 확정될 예정이다.
홍콩은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라이선스 법안을 통과시켰고 8월부터 발행 요건, 준비금, 환매 규정을 법제화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제도 정비가 카드 네트워크와 핀테크 기업이 규정을 준수하는 상품을 설계·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가상자산 결제카드 시장은 카드 네트워크의 스테이블코인 정산 도입과 각국의 규제 명확화가 맞물리면서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초기 거래소 중심 모델에서 지갑 및 프로젝트 주도형까지 사업자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규정 준수 범위 내에서 상품 설계가 가능해진 환경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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