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포커스] 협상 돌파구 못 찾는 이재명 정부…한미 관세 교착 언제까지?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10.09 00:00  수정 2025.10.09 00:00

"국익 최우선" 내세운 대통령실, 실질 성과 아직

통화스와프 논의 진전 없어…공감대 수준 머물러

트럼프 대통령 '당일치기 방한설'에 긴장감 고조

李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 발언도 주목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말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구두 합의했으나 이후 단계는 제자리걸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불' 요구를 공개적으로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현금 집행 전면 수용보다 금융 안정 장치 확보를 강조하면서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전후로도 진전이 없었던 만큼,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관세 협상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면할 수 있을지가 관세 교착 해소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양국 정상 간 대면이 성사될 경우, 교착된 협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까지 통화스와프 체결과 투자 조건 완화 등 현실적 대안을 통해 미국 측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협상 마무리 시점 또한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공동 주재로 '한미 관세협상 관련 긴급 통상현안 대책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국익 최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미국 측과 관세협상 후속협의를 지속해 나갈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추석 연휴 미국에 급파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을 하기도 했다.


다만 김정관 장관은 "서로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라 하면서도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전 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가 문서화(MOU)로 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일정에 외교·통상 라인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방한해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 끝까지 머물지, 아니면 하루 일정만 소화하고 떠날지가 관세 협상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본회의 대신 세계 주요 기업인들의 참석하는 비지니스 서밋만 참석한 뒤 당일 또는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출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세협상 교착화에 따라 정상 간 직접 조율이 이뤄져야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고, 정상회담이 불발될 경우 관세협상 마무리는 APEC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방미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우리가 보낸 안에 대해, 특히 외환 시장에 대한 상황에 대해 서로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 체결 관련 진전 사항에 대해선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진전이라기보다 상호 간에 우리 외환 시장이 이 딜로 인해서 받는 충격이라든지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무제한 통화 스와프 이런 식으로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 딜이 외환 시장에 굉장히 큰, 민감한 문제구나 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가져갔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에 대해 '선불'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APEC 개막 전까지 관세협상과 관련한 절충점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미국의 대폭적인 양보 없이는 실질적인 진전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축소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관세협상과 우리 정부의 대미 접촉이 순탄치 않다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있어 외교·통상 라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대통령실이 연일 강조하는 '국익 최우선 원칙'은 외환시장 안정과 재정 부담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한 신중 대응 기조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국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미국이 통화스와프 체결이나 투자 조건 완화 등 한국 측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한계도 동시에 지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힌 명절 메시지에서 "때로는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민생 중심의 대외 기조를 강조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 교착에 빠지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에서 이 대통령의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치권에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대내외 압박 속 국정운영 기조를 다시 부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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