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9부 능선' 근접한 채상병 특검…'1호 기소' 누가 될까 [3대 특검 중간점검 ③]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10.09 02:33  수정 2025.10.09 05:19

채상병 특검, 8일 기준 신병 확보하거나 재판 넘긴 피의자 없어

尹 지근거리서 보좌한 이들 조사 통해 'VIP 격노설' 실체 확인

수사 기간 11월28일까지 연장…50여일 활용해 수사 마무리해야

법조계 "순차적으로 기소 이뤄질 것…'1호 기소' 임성근 가능성 커"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 등에 대한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9부 능선'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주요 피의자를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지만, 사건의 핵심 의혹인 'VIP 격노설'의 실체를 밝혀낸 상황이다. 또 지난달부터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이른바 '의혹의 윗선'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의 '1호 기소' 대상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 수사의 핵심은 ▲채상병 사망 당일 수중수색 지시 의혹 ▲VIP 격노설 ▲이종섭 호주 도피 의혹 ▲구명 로비 의혹 등 크게 네 가지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날을 기준으로 아직까지 신병을 확보하거나 재판에 넘긴 피의자가 없다. 다만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수사 외압 의혹이 촉발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 윗선'인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차례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앞서 특검법이 개정되며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오는 11월28일까지로 연장됐다. 남은 50여일을 활용해 수사를 마무리하고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특검팀에게는 'VIP 격노설'의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해병대수사단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임무가 남아있다.


이에 특검팀은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다른 특검팀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는 만큼,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민영 특검보 역시 지난달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정점에 있는 핵심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사가 필요하다.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면서도 "다른 특검에서 윤 전 대통령이 보인 태도를 봤을 때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논의해 보려고 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다른 방식을 먼저 고민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범죄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행 형법 123조(직권남용)에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법원은 ▲권한이 있는지 ▲권한을 남용했는지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등을 모두 충족해야 직권남용죄를 인정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것만으로) 직권남용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며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해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고 함은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에 해당하려면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윤 전 대통령에게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격노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데일리안 DB

특검팀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VIP 격노설'을 확인한 뒤 채상병 순직사건 기록 회수와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수사 및 체포영장 청구 등 사건의 주요 국면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에 대한 구도를 확인한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명 로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대통령 부부를 의미하는 'VIP'를 언급하며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도피 의혹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호주대사 도피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사직을 먼저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호주 대사로 임명됐고, 범인도피 의혹은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1호 기소'는 임 전 사단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른바 '수중수색 지시'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다. 수중수색 지시 의혹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장병들에게 무리하게 수몰자 수색 작업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채상병 특검도 수사가 개시된 지 상당 기간 지난 만큼 순차적으로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첫 번째는 임성근 전 사단장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은 대원들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올해 7월 특검 사무실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만약 제가 수중수색 지시를 했다면, 당연히 저로부터 지시를 받은 부하 장병이 있을 것"이라며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설사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그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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