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바이오엔 '당근' 무역엔 '채찍'…美 트럼프 이중 전략에 복잡해진 '셈법'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0.09 14:00  수정 2025.10.09 14:07

수입 의약품에 고율 관세 부과 예고한 트럼프

AI 기반 소아암 치료 등 첨단 바이오 기술 도입에 속도

국내 제약·바이오 첨단 기술 협력 확대 기대, 관세 위협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바이오 정책 행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워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동시에 인공지능(AI), 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 혁신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도 ‘메이드 인 USA’ 기조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10월 1일부터 제약사가 의약품 제조 공장을 미국에서 건설 중이지 않을 경우 모든 브랜드나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와의 대규모 투자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에 집중하며 지난 1일로 예고했던 관세 부과는 연기됐지만 업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의약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의약품에) 처음에는 작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1년~1년 반 안에 세율을 150%, 이후 25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는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상무부 장관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섹션 232 조사’도 시작했다. 현재 미국이 수입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대체로 15~25% 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장벽을 통해 자국 내 의약품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는 동시에 AI, 유전자 치료, 소아암 연구 지원과 같은 글로벌 공공선을 강조하는 친과학, 친혁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를 통해 소아암 치료를 가속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로 임상 참가자를 신속하게 선별하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개발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앞선 25일에는 미국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이 비싼 유전자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고 생산 공정을 혁신하기 위한 대규모 기술개발 이니셔티브(THRIVE, GIVE)를 발표하는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의 산업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ARPA-H는 미국 보건 의료 분야의 난제 해결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2년에 설립된 새로운 연방 기관이다. 트럼프 2기에서 추진된 보건복지부 조직 재편에서는 국가 안보와 혁신 생태계를 위한 기관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기관 고유의 기능과 독립성을 인정 받았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소아암 치료 촉진과 같이 미국이 추진하는 혁신 정책은 ‘개방’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AI 소아암 행정명령은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폭넓은 데이터 공유와 환자 맞춤형 임상 설계를 핵심으로 삼고 있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게는 협력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ARPA-H가 추진하는 유전자 치료제 혁신 모델 역시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폐쇄적 방식이 아닌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와의 연결이 요구돼 기술력을 갖춘 외부 파트너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메이드 인 USA를 앞세운 관세 정책은 원료의약품 수출이나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최근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의 미국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 중인 SK바이오팜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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