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00억 투입 ‘AI 첨단 조선소’ 육성
업계 스마트 전환...안전성·생산성 동반 제고
노사 협의·개인정보 이슈 등 돌파 과제도
국내 조선업계가 인공지능(AI)·로봇·디지털 트윈을 앞세워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정부가 ‘AI 첨단 조선소’ 육성에 예산을 확대하고 조선 3사가 설계–생산–시운전 전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면서 2030년 전후 상용화를 향한 전환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저가 공세와 빠른 기술 발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스마트 전환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8일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전년 대비 50% 늘린 2400억원 규모의 조선업 지원 예산을 발표했다. 또 연말까지 ‘넥스트 액화천연가스(LNG)’ 전략을 마련하고 업계와 함께 ‘AI 첨단 조선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 전반에 AI를 융합해 무인 블록 이송과 로봇 자율 용접,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등으로 생산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021년부터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내년까지 AI 예측·최적화로 공정을 자동 조율하는 2단계를 마무리하고 이후 사람의 개입이 최소화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30년에는 생산성 30% 향상과 선박 건조기간 30% 단축이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에 디지털 생산센터와 스마트 시운전센터를 운영하며 드론·센서로 공정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내년까지 1600억원, 2030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자동화율을 공정별 최대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위험·고난도 용접 작업에는 로봇 80여대를 투입해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스마트 SHI’ 전략 아래 지난해부터 2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사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에스야드’를 구축해 기존에는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방대한 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과 AI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 조선소 내 초고속 무선망을 기반으로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 업무환경도 구축했다. 회사는 2029년 미래형 조선소 완성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정부 지원과 보폭을 맞춘 해외 협력도 확대되는 추세다. 조선 3사는 미국 조선 산업 현대화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와 연계해 스마트 야드·자율운항·로봇 기술 수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디지털 전환 모델을 미국 현지 조선소에 이식해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통한 안전성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설계 단계에서 노동자 동선이 고려되고 헬멧·조끼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위치 추적과 위험구역 접근 알림이 이뤄지면서 산업재해 노출 위험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다만 CCTV 추가 설치 등 영상 기반 설비를 둘러싼 노사 협의와 개인정보 이슈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 조선소의 핵심은 ‘전면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최적화와 부분 자동화의 정교한 결합”이라며 “안전·품질·납기를 동시에 잡는 디지털 표준을 누가 먼저 현장에 뿌리내리느냐가 향후 수주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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