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강동…李 평가는 '미지근'
"새정부 출범에도 취업난 똑같아"
'소비쿠폰' 엇갈린 소상공인 평가
"없는 것보단 나아" vs "영향 모르겠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삶이 나아지고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추석 연휴 전통시장엔 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붐볐지만,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감을 커졌지만, 삶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정치는 잘 모른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럼에도 새 정부에 대한 희망은 잃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뭔가 다를 것 같다"라는 국민의 인식을 충족시키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보인다.
5일 데일리안과 만난 서울시 강동구 주민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강동구 갑·을 지역구와 구청장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가 선출될 정도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수희 후보가 14년 만에 강동구청장을 탈환한 것은 초유의 일로 꼽힌다.
다만 대선에선 당시 국면에 따라 정치 성향이 바뀌면서 가늠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평가된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강동에서 41.31%를 득표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2.22%를 얻었다. 반면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1.71%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4.81%를 득표하면서 지역 여론은 보수 색채가 강해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당이 민심을 등에 업었던 21대 대선 역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는 3.19%(이재명 46.18%·김문수 42.99%)에 불과했다.
강동 민심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강동은 서초·강남·송파와 근접하지만,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는 4배 이상 낮다. 민생 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매번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소비활성화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확대를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 차례 지급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회복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기간 이어진 내수 침체로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우리 경제에 긴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다"며 "다행히 신속한 추경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7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경기지표도 상승으로 반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올해 1.0%보다 올려잡은 데 대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펼쳐온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상공인들은 실제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간간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고객은 있지만,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정도로 체감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민생경제 회복 노력은 인정하지만, 실제 삶엔 영향이 적은 탓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엇갈리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안모(여·길동·40대)씨는 "정권이 바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추석 연휴가 길긴 하지만, 경기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 의외로 선물 세트 예약이 적다"고 토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선 "간간이 쓰는 분이 있지만, 매출이 늘어났다기보다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어느 정도는 도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씨는 소상공인인 만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부정 평가에선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론 이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하도 나쁜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렇다"며 "이번에 당선된 이후 행보를 보면 너무 잘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안 좋은 상황임에도 차근차근 최선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라는 소상공인도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남·천호동·50대)씨는 "가게 메뉴가 여름 음식이 많은데, 소비쿠폰을 여름에 지급했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져서) 원래 잘되는지 아니면 안 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매출이 지난해보단 조금 늘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김 씨는 이재명 정부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위주의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했다.
그는 "지금 거의 노동법은 아르바이트 위주"라면서 "직원이 마음대로 그만둬도 우리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반대로 우리가 자르면 피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노동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이 노동자 쪽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소상공인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받은 주민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한 달 생활비 중 일부를 아낄 수 있어서 부담은 덜었지만, 나랏빚이라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천호동에 거주하는 천모(여·50대)씨는 "민생회복 쿠폰은 가정주부 입장에선 생활비를 걱정하는데, 이걸로 대체해서 쓰니까 우리 입장에선 좋았다"면서도 "영업하는 사람들은 매출이 늘어서 좋겠지만, 솔직히 적은 돈이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데 나랏빚이라고 생각하면 걱정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정치를 그렇게 한 것이 어이가 없고,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보단 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청년 취업난 때문에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바꼈어도 취업 문은 여전히 쉽게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야 갈등만 부각되는 탓에 뉴스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업 준비 중인 박모(남·길동·30대)씨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도 삶은 똑같다"며 "뉴스를 보면 미국 관세 협상 중인 것 같은데, 뚜렷한 성과물이 없고 정치도 특별하게 잘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아 이 대통령이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간혹 보는 뉴스엔 민주당의 특정 인물이 야당과의 소통이 아닌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국민의힘은 현재 역할은 어쩔 수 없지만 종교 문제에 엮인 것을 보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곤 있지만 쉽지 않다"며 "사무 보조 일을 병행하면서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경기가 나쁜 탓에 기업은 쉽게 뽑지 않는 분위기"라고 호소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