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베이징에서 덩샤오핑이 "실험실 먼지를 흙먼지보다 더 사랑한다!"며 기술 중심 미래를 강조할 때, 그의 외침은 새로운 세대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공학 및 이공계 인재들이 정치와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시진핑, 장쩌민, 후진타오 둥 중국 최고 지도층 대부분이 실습실과 공장지대에서 실력을 쌓은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제조 2025'의 도전
2015년 출범한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산업 굴기의 청사진으로, 첨단산업 육성과 공급망 자립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IT 기술과 산업 부문에서 우리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었으나, 이 기간 동안 대대적인 혁신과 도약을 이루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AI, 반도체, 5G 등 첨단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면서 베이징과 선전, 상하이 등 주요도시는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2025년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4000억 위안에 이르렀고, 연관 산업 전체 규모는 986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추월하는 기세를 보인다.
젊은 엔지니어, 그리고 창업 생태계
중국 대학가와 창업 생태계에서는 '코딩이 지배한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등 대표적인 기업의 창업자는 모두 공학도로서 수많은 밤을 코딩에 몰두하며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 초, 전자상거래 기업 '8848' 창업자들이 서버 앞에서 밤샘 고군분투한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이처럼 중국 전역에 깊게 뿌리내린 엔지니어 정신은 AI, 로봇,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딥씨크, AI 시장의 새로운 변수
2025년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씨크(DeepSeek)가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R1은 기존 기술과 비용의 장벽을 허물며 '딥씨크 쇼크'를 일으켰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 2048개만 사용해 오픈AI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줬고, 전체 개발비마저 경쟁사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주가는 17% 급락했고, 여러 국가에서 AI 규제와 경쟁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중국 내 수백 개 은행과 병원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AI 활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최신 MLA, SMoE, 강화학습 기법 등이 접목된 딥씨크 모델은 혁신과 실용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중국 IT 산업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부상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세계 최전선을 달리고 있다. 2025년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원년으로,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는 '텐궁 울트라', 'G1' 등 첨단 로봇이 물류, 제조, 공공서비스 현장에 본격 투입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세계 시장 점유물 61%를 차지했다. 위험 작업에서 의료, 노인 요양, 교육,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에 로봇이 활용되며,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중국은 핵심 반도체 및 센서 기술의 국산화율을 35~50%까지 끌어올려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에는 1억 대 이상의 로봇이 중국 산업과 사회 전반에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기술 굴기와 글로벌 긴장
공학도 출신 지도자들의 실용주의와 중국인의 강한 애국심이 어우러진 중국식 산업 혁신 모델은 세계 경제와 안보에 큰 긴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반도체, 로봇 분야에서 미국과의 경쟁이 첨예하게 전개되면서, 중국 정부의 치밀한 기술 집중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도시화, 스마트 기기 생활화와 함께 산업 전반의 혁신이 가속화되며,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술 경쟁의 새로운 국면
베이징과 선전에서 시작된 중국의 기술혁신은 이제 전 세계 주도권 경쟁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딥씨크'와 '텐궁 울트라' 등 혁신적 기술의 등장은 미국ㆍ유럽 중심의 AIㆍ로봇 패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 실용적 리더십, 첨단 기술, 거대한 내수시장, 혁신 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은 21세기 기술 굴기의 중심에 다가서고 있다. 지금은 이 치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때다.
<약력>
최형일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숭실대 IT대학 학장
(전) 숭실대 정보과학 대학원 원장
(전) 컴퓨터사용자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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