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테랑 외교통' 김건 "이재명 정부 '김칫국·자중지란 외교'로 국격 추락"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5.10.06 07:00  수정 2025.10.06 07:00

국회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 김건 의원

"李대통령, 국내 정치적 리스크 감수하고 몸 던져야"

"동맹국 향한 공개적 비난 피해야…틈 보이면 안돼"

"위성락·조현 등이 확고하게 외교 정책 끌고 가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2대 국회에서 외교·안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에 대해 '김칫국·자중지란·마이너스·소음공해 외교'로 규정하며 "국격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 의원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한화 약 494조원) 대미 투자 후속 협상 난항, 여전히 유지되는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 25%, 여권 내 동맹파·자주파 간의 이견 분출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라고 언급하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여당 주최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많아서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며 "이렇게 자중지란을 벌이면 우리나라의 신뢰도만 떨어진다. 콩가루 집안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겠느냐"라고 질타했다.


특히 김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동맹국과 하는 외교와 동맹국이 아닌 나라와 하는 외교는 다르다"며 "동맹국과의 외교는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피해야 하고, 양국 간에 틈이 있다는 것을 보이면 안 된다. 서로 간에 긴밀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서 이견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친명(친이재명)계 원내·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달 29일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불로 3500억 달러, 더 나아가 5500억 달러까지 요구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아니다. 사실이라면 이는 동맹의 탈을 쓴 도둑질"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달 26일에도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 선불' 요구에 대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금 미국과의 협상은 상당히 첨예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오버플레이'(과한 행동)를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89년 제2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베테랑 외교관 출신의 김 의원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북핵수석대표), 주영국대사, 외교부 차관보, 북미국 심의관,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는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성안을 주도했다.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정무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 의원은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한화 약 494조원) 선불' 요구로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처해 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3500억 달러라는 금액은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 때 합의된 금액인데, 집행 방식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상태이지 않나. 우리나라는 직접 투자보다는 대출과 보증이 주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고, 미국은 대부분 직접 투자로 하라는 식인데,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4100억 달러(약 578조원)정도 되는데,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250억 달러(약 35조원)밖에 안 된다. 일단 미국이 한국과 일본은 경제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직접 투자 방식으로 하면 한국에 외환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통화스와프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줘야 되겠다는 데 까지 인식이 가야 한다. 어려운 협상이다."


- 민주당 지도부 등 일부 여권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맹비난하고 있는데, 협상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나.


"도움 안 된다. 일각에선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지렛대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오버플레이(과한 행동)'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동맹국과 하는 외교와 동맹국이 아닌 나라와 하는 외교는 다르다.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맹국과의 외교는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피해야 하고, 양국 간에 틈이 있다는 것을 보이면 안 된다. 서로 비난하다보면, 국민 감정도 악화된다. 그러면 동맹 유지가 안 된다. 동맹을 맺었다는 것은 적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동맹 사이에 균열이 보이면 적은 그 빈틈을 노리고 이간질을 시도한다든지 선제 공세를 강화한다. 동맹국과 외교를 할 땐 서로 간에 긴밀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서 이견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을 마친 뒤 뉴욕에서 주최한 정상 및 배우자 만찬에 이재명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관세 협상 설득과 대미외교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대통령과 다르게 직접 협상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관세 협상 등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일각에선 '10초 만나서 뭐하느냐'고 하는데, 외교에서 10초는 굉장히 중요하다. 10초 동안 만났을 때 핵심적인 메시지는 다 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과 경제 상황이 달라서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한 마디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상황을 인지할 거 아니냐. 145명의 각국 고위급 인사들은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 만찬에 갔겠느냐. 또 만찬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거는 몇십 초, 몇 분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오는 많은 정상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냐."


- 이 대통령도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기는 알았을 텐데.


"이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거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을 때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지 않나. 결과가 안 좋으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인 대가를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대통령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몸을 던지는 결기를 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리가 의장국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고 했으니까,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본다."


- APEC 정상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미북 대화 성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고, 미중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인 데다가, 관세 문제 등 미중이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걸 풀어내려는 협상이 경주에서 열리는 거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리스크를 피하려고 소극적으로 하다가 나중에 국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 정신이 팔려서 우리 얘기를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할까봐 걱정이 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엔드(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평가한다면.


"핵 문제 대응의 기본은 '억지'(Deterrence)다. 엔드 이니셔티브의 가장 큰 문제는 억지나 단념이라는 파트가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의 기본 틀이 '억지'(Deterrence), '단념'(Dissuasion)', '대화'(Dialogue)인데, 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도 이 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 최근 여권 내 동맹파와 자주파 간 이견이 부쩍 부각되는 모습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라고 언급하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여당 주최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많아서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자중지란을 벌이면 우리나라 신뢰도만 떨어뜨리게 된다. 콩가루 집안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겠나. 이재명 당대표 시절엔 '일극체제'라고 비판을 했는데, 지금 여권 상황은 외교·안보 분야 뿐만 아니라 당 상황도 중구난방이지 않나. 그런데 외교 분야에선 정말 이러면 안 된다. 정쟁을 하다가도 외교는 초당적으로 해야 되는데, 심지어 여권 안에서조차 목소리가 통일이 안 되면 외교가 되겠나."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헌법 배치 논란이 되는 '두 국가론'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두 국가론 발언은 위헌 소지가 있다.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본인이 통일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하는 상태로 만들려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하니까 북한의 주장에 너무 경도돼 헌법 질서를 무시하는 발언까지 하는 것 같다.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발언을 하고 있는 거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저질러 탄핵 당했지만, 한일 셔틀 외교 정상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 도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선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많다.


"그 방향이 다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본인이 대통령 되기 전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엄청 비판적이었다가 집권 후에는 한일, 한미, 한미일 외교를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나. 사실 외교 정책적으로 보면,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측면도 많다. 지난해 민주당 등 6개 야당이 공동발의안 1차 탄핵소추안에는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가 논란이 커지니까 2차 탄핵소추안에선 삭제하지 않았나. 민주당이 집권하니 본인들이 말한 '기이한 외교'를 하고 있지 않나. 지금처럼 미중이 경쟁하고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우리가 생존하려면 한일 간 협력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으니까, 이재명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서 일본을 신경쓰면서 외교를 하고 있는 거다."


-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건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양자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를 하기 때문에 다자 외교에 큰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미국 내에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지 않았나.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도 한미일 3국이 같이 가야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원칙은 맞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우리의 안보가 확고히 지켜지느냐다. 우리는 핵이 없고,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전작권을 회수하면 우리의 안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무턱대고 임기 안에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 우리나라의 핵 보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전작권을 전환하려면 우리가 핵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한국이 가야할 길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이 핵무장으로 가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핵보유를 하면 바로 경제 제재를 받기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과의 교역과 투자로 먹고 사는 한국의 경제 번영은 사라지게 된다. 전 세계에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파탄 지경에 이른 북한처럼 되는거다. 두 번째는 우리가 핵을 갖게되면, 북한한테 핵을 포기하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진다. 그래서 한미동맹의 억지력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지금도 충분히 억지하고 있으니까, 이 방향성이 낫다는 거다."


- 이재명 정부에서 주목할 만한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있다면.


"위성락 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은 오랫동안 외교를 하신 분들이라,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이런 분들이 확고하게 외교·안보 정책을 끌고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동맹파·자주파라는 게 없다. 다 국익을 생각하는 분들이다."


-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중에서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인가.


"김칫국·자중지란·마이너스·소음공해 외교로 국격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할 것이다. 외교 협상에는 '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는 큰 원칙이 있다. 근데 이재명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자화자찬했지만, 3500억 달러 투자 협의는 진전이 없고, 자동차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여권 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두 국가론'을 언급하고, 위성락 안보실장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동맹파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고, 완전히 자중지란이다. 성공적인 대미외교를 위해서는 야당, 경제계, 종교계의 협력이 필요한데, 이 정부는 마이너스 외교를 펼치고 있다. 다수 의석을 갖고 야당을 탄압하고, 상법·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을 옥죄고, 기독교계를 겨냥한 검경·특검의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 중엔 기독교계가 있는데, 미국 기독교계와 우리나라 기독교계가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특검이 김장환·이영훈 목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교회를 압수수색하고 그러면 이분들이 도와주고 싶겠나. 여권 일각에선 미국을 비난하는 것으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양국 국민 감정을 악화시켜 동맹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어서 좋은 방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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