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판문점 회동 재연되나…트럼프 변수 여전
李정부, '교류-정상화-비핵화’ 한반도 로드맵 제시
'페이스메이커' 자임한 李, 미북대화 재점화 시험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로 명명한 한반도 평화 비전을 공개했다. 'E.N.D'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접근법인 'END 이니셔티브'도 처음 선보였다.
기존에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언급했던 '중단-축소-폐기 3단계론'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을 다루는 포괄적 접근법이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는 절대 없다"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진전 방안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긍정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peacemaker)'를 맡아주면'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던 만큼 우리 정부로선 북미대화를 추동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의제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
결국 오는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이의 4번째 대면이 이뤄질지에 외교가의 관심도 집중된다. 외교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막 이틀 전인 29일 방한해 본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연내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비핵화 목표 포기를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화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앞서 이 둘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두 정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각각 정식 회담을 했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했다.
예측불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언제 김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중 트윗을 올려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다. 불과 5시간 만에 북한이 긍정적 담화를 내놓았고, 이튿날 양측은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았다.
다만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미북 간 대화의 불씨가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대화 채널이 끊긴 지 오래다. 북한이 내건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 조건 또한 워싱턴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통적 외교 스타일을 고려하면, 그가 한반도 문제에 다시 발을 들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목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는 등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인식이 김 위원장과의 또 한 번의 '돌발 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외교가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APEC은 경제·무역 이슈를 다루는 다자회의 성격이다. 다만 이번 계기로 한반도 핵심 이해 관계국들의 정상이 한곳에 모이며 북한이 미국과 조건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북대화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특히 각국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나는 한반도 문제를 우리 입장에선 APEC을 계기로 환기하고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촉구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문제 해결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북미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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