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김현지의 인적사항 왜 베일에 가려져 있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08 07:07  수정 2025.10.08 08:25

100% 국감 출석한다니 지켜볼 수밖에

가신이라면 신상을 숨겨도 되겠지만

이진숙을 전사로 만든 정권의 힘 자랑

김현지 총무비서관(당시 직책)이 지난 8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현지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다. 얼마 전까지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예산·인사·청사운영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함께 김 실장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대통령실이 김 실장의 자리를 바꿔버렸다.


대통령실 안살림 책임자인 총무비서관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책무라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증인채택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반대했다. 이러던 중에 대통령실이 지난달 29일 조직 개편을 단행, 김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 이동시켰다. 총무비서관은 국정감사에 당연히 나가야 할 직책이지만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책인 만큼 출석을 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그렇다면 ‘대통령실 조직 개편’의 배경을 뭐라고 봐야할까?

100% 국감 출석한다니 지켜볼 수밖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유튜브 방송에 나가 이미 지난달 초에 준비된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때 김 실장의 보직 변경도 결정돼 있었다는 뜻이겠는데 진위는 이 대통령과 강 실장만이 알 일이다. 그게 진실이라고 해도 석 달 후 바꿀 자리에 김 실장을 앉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 시간이면 유능한 김 실장이 대통령실 조직과 업무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됐다는 뜻인가?


하긴 오래 전부터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만큼 총무비서관보다는 제1부속실장으로서 보필하는 게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강 실장이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뜬금없이 김 실장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김 실장에 대해 “굉장히 성실하고 직언을 거침없이 한다. 이 대통령도 본인에게 가장 직언을 잘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 인식할 정도다. 이 대통령과 오래 함께한 사람들을 보면 이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지켜보면 ‘김현지는 정말 할 말을 다 하는 구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그 정도로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가지 못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우상호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1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100% 출석한다”고 보증성 확언을 했다. “부속실장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출석 요구에 동참해야 할 텐데”라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대한 그의 명쾌한 답변이었다. ‘김현지 실세 논란’에 대해서도 ‘실세는 강훈식’이라고 대답했다. 김 제1부속실장은 정부 출범 초기에 아무 시스템이 없었을 때 행정관 등 인선을 주도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와야 할 텐데 아직은 입장정리가 안 된 분위기다. 안에서 의견이 엇갈린다고 한다. “안 나올 이유는 없다”(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 1일 MBC라디오), “제가 어제까지 들은 바로는 적어도 ‘안 나오는 걸로 확정된 건 아니다’ 이렇게 들었다”(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1일 YTN라디오).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조정식 6선 의원, 1일 SBS라디오).

가신이라면 신상을 숨겨도 되겠지만

민주당이 결론을 못 내리면 증인채택은 불가능해진다. 김 실장이 나가고 싶어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출석할 수가 없다. 게다가 대통령실 입장도 명확히 정리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 수석의 한겨레 인터뷰가 나온 날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본인이 국회에서 결정하는 바에 100%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드시 나가겠다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이 출석하라면 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겠어?”라고 압박한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더 황당한 사실은 수십 년간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왔다는 사람의 인적사항이 계속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민간 기업이나 단체에 속한 인사가 아니다. 공직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는 대통령실의 1급 국가 공무원이다. 당연히 국민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를 선언하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나라의 주인으로서 갖는 의문이다. 왜 대통령실은 김 실장의 신상공개를 꺼리는가. 공복의 인적사항을 국민이 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숨긴다면 그 사람은 공복이 아니라 사가(私家)의 노비(奴婢), 아주 높여 말해도 가신(家臣)일 뿐이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 측근에 두고 거창한 지위·권한·역할에다 거액의 보수까지 지급할 명분도 근거도 없다.


대통령실은 ‘인사관리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김 실장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의힘 측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김 실장은 사인의 자격으로 대통령을 수발드는 사람이 아니다. 공직(公職)·공복(公僕)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책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어느 공무원이 학력·출신학교·경력 등을 비밀에 붙이면서 입직(入職)해 직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이진숙을 전사로 만든 정권의 힘자랑

Lex Rex(법이 왕이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 사무엘 러더퍼드<Samuel Rutherford>의 저서 제목. 1644년 ‘법과 군주’<The Law and the Prince>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됨)는 법치의 근본이 되는 개념이다. 순서를 바꾸어 Rex Lex라 하면 그 반대의 뜻, 즉 ‘왕이 법이다’, ‘왕이 법위에 있다’가 된다. 법치주의는 ‘법이 권력을 통제한다’는 원리 위에 서 있다. 이 대통령이든 김 실장이든 권력으로 법과 법치를 농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권력자연하면서 하루라도 힘자랑을 안 하면 못 견디겠다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자제가 안 되면 차라리 공직에서 떠나라.


<첨언>

정권 측의 권력 과시에 발맞추려는 듯 경찰도 힘 자랑에 나서는 인상이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지난 1일 발효되면서 자동 면직됐다. 그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국회의 입법권까지 동원한 정부와 민주당은 만족했을까?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남은 임기 1년여를 악착같이 채웠다.)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바로 다음날 경찰 체포대가 이 전 위원장을 자택 인근에서 낚아챘다.


이 전 위원장은 수갑을 찬 채로 끌려갔다.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두하면서도 역시 수갑을 차고 있었다. 남부지법이 체포적부심을 인용함으로써 이 전 위원장은 4일 석방됐다.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고생이 심했겠지만 머지않아 ‘정권 덕’ ‘경찰 덕’을 봤다고 말하게 될 것도 같다. 덕분에 전국적 명사에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전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면 아마도 거뜬히 성공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훼손과 법치주의 농락이 권력의 강화가 아니라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그 역사(비록 우여곡절이 많기는 했지만)를 호락호락하게 여기지 마시라. 자유민주주의의 경이로운 점은 그 끈질기고 왕성한 복원력이다. 너 나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국내외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 오지 않았는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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