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대선 부정선거 맞서 반정부 집회 이끌어
평화상 수상 공개적으로 압박해온 트럼프 ‘불발’
올해 노벨 평화상은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온 여성 정치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가 선정됐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 체제를 평화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해 마차도를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년간 마차도는 숨어서 지내야 했다.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라를 떠나지 않기로 선택했고, 그 용기는 수백만 명에게 영감을 주었다”며 “권위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때, 일어서서 저항하는 용감한 자유의 수호자들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마차도는 지난 수년 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실정을 비판하며 야권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7월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반(反)정부 시위를 주도했고, 지난 1월에는 마두로 대통령의 세 번째 취임식 하루 전날 집회 후 당국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1967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2년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아테네아 재단’을 설립했다. 2002년 투표 감시단체 ‘수마테’를 설립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10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사법 독립과 인권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2014년 의회에서 축출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특히 2014년에는 마두로 정권에 항거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면서 ‘베네수엘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23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정권의 탄압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외치며 남아 투쟁을 이어갔다.
이후 마차도 등 베네수엘라 야권은 외교관 출신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다시 야권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선거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당 측 인사들이 투표용지를 검증할 수 없도록 하고,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한 뒤 마두로 대통령의 승리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서방에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폭력이 동원된 정황도 나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시 “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야당 ‘벤테 베네수엘라’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숨어 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집권 첫해에 노벨평화상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공개적으로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꿈’은 좌절됐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 새겨진 노벨평화상의 이념과 정면 충돌한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없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노벨위원회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놨다. 요르겐 와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 일부 인사들이 평화상을 그에게 수여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한 것이 위원회의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노벨평화상의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는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위한 캠페인과 언론의 압박을 수없이 경험해왔다”며 “위원회의 결정은 오직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과 평화 증진을 위한 실제 활동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다른 분야 노벨상과는 달리 노르웨이 의회가 선정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전권을 갖고 선정한다. 시상식 역시 문학·화학·물리·경제·생리학 등 다른 분야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반면 평화상 시상식은 노벨 사망일인 매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 4000만원)를 받는다. 노벨의 초상과 ‘인류의 평화와 우애를 위해’이라는 라틴어 문구를 새긴 18캐럿 금메달도 함께 받는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지난 6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공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의 순으로 이뤄졌고, 오는 13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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