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女기자에 “조용히 해, 돼지야”···美 백악관 “솔직한 대통령” 두둔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21 20:36  수정 2025.11.21 21:11

ABC방송 소속 기자 메리 브루스(앞줄 오른쪽)가 지난 18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과 엡스타인 문건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에 대해 질문하던 여성 기자에게 “돼지”라고 부른 사건에 관련해 백악관은 “솔직한 대통령”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두둔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를 돼지라고 부른 게 어떤 의미인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솔직함 때문에 그를 다시 뽑아줬다”며 “기자들은 질문에 답하는 그의 개방성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그와 그의 행정부에 관해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화를 낸다”며 ““그는 가짜 뉴스라고 판단되면 이를 지적하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기자들에게 좌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엇을 ‘가짜 뉴스’로 지칭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레빗 대변인은 “하지만 그는 또한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이라며 “그는 이 방의 모두에게 전례 없는 접근을 허용한다. 당신들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거의 매일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서 거짓말을 한 뒤 몇 주간 언론과 대화하지 않고 질문을 받지 않았다”며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일 보여주는 솔직함과 개방성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논란의 발언은 지난 14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소속 캐서린 루시 기자가 ‘엡스타인 문건을 아직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돼지야”라고 말했다.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로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는 미국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ABC방송 소속 메리 브루스 기자가 엡스타인 문건과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끔찍한 사람이고 형편 없는 기자”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막말에 기자단도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기자협회(SPJ)는 19일 성명을 통해 기자를 비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며 그가 과거에도 여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비하 발언을 반복해 온 점을 지적했다. 캐럴라인 헨드리 SPJ 사무총장은 “이런 사건들은 일회성이 아니다. 틀림없는 적대감 패턴의 일부”라며 “여성 기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CNN 소속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를 향해 “루저”, ABC방송 소속 세실리아 베가 기자를 향해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기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라이언 기자는 “미국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여야 하는데, 거리의 깡패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루시 기자에게 “계속 질문하라. 당신이 완전히 옳았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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