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 기업'되는 LG전자, 현지 증시 상장... "1.8조 동력 확보"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0.14 14:00  수정 2025.10.14 14:01

인도 진출 28년 만에 현지 증시 상장 성공

공모 경쟁률 54대 1·기업가치 12조 원 평가

1조8000억 원 조달,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린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식에 참석한 LG전자 조주완 CEO.ⓒLG전자

LG전자가 인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1997년 인도 진출 이후 28년 만의 결실로, 인도 경제성장과 맞물려 LG전자의 현지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LG전자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Limited)은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 신규 상장했다. 이날 상장 기념식에는 조주완 LG전자 CEO를 비롯해 김창태 CFO, 전홍주 인도법인장, 송대현 인도법인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으며, 조 CEO와 아쉬쉬 차우한(Ashish Chauhan) NSE CEO가 개장 시각인 오전 10시 정각에 타종하며 거래 개시를 알렸다.


이번 증시 상장은 지난해 12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 예비 서류를 제출한 지 11개월 만이다. 지난 4월 증시 변동성으로 기업공개(IPO) 일정을 한 차례 미룬 끝에 이뤄졌다. 이번 상장을 통해 LG전자는 인도법인 지분 15%(1억181만5859주)를 매각해 약 1조8567억 원을 확보했다.


주당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1140루피(약 1만8000원)로 확정됐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청약에는 4조4300억 루피(약 70조80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경쟁률 54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인도 IPO 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청약 자금이 몰렸다.


공모가 기준으로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12조 원에 이른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통해 얻은 약 1조8567억 원 규모의 현금을 국내로 환수하게 되며, 추가 차입 없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확보한 자금을 본사로 환수해 글로벌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 측은 "이번 자금을 기반으로 인도 내 생산·연구·판매 체계를 고도화하고, AI·B2B·친환경 기술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이번 상장은 LG전자가 인도에서 진정한 현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인도는 LG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서 핵심 거점이자 미래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3M 전략 제시하고 국민가전 라인업 공개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인도 시장에 맞춘 중장기 성장 비전 ‘3M 전략(Make for India·Make in India·Make India Global)’을 제시했다. ‘Make for India(인도를 위해)’는 인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 전략으로, LG전자는 이날 인도 고객을 위한 ‘국민가전’ 라인업을 공개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마이크로오븐 등 4종으로 구성된 제품은 현지 구매력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새롭게 설계됐으며,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Make in India(인도에서)’는 인도 정부의 제조 육성 정책에 발맞춰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 판매, 서비스 등 전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LG전자는 기존 노이다·푸네 공장에 이어 6억 달러를 투자해 스리시티 지역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며, 완공 시 인도 내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360만 대, 세탁기 375만 대, 에어컨 470만 대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약 2000개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LG전자는 인도를 ‘미래 성장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시장이자, 중산층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인도의 연평균 소득 6000~3만6000달러 구간에 속하는 중산층 가구 비율은 2020년 29%에서 2030년 4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전뿐 아니라 현지 구매력을 고려한 중저가 제품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시장 공략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도 내 벵갈루루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시스템온칩(SoC), 스마트홈 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기지가 위치한 노이다에 제품 연구소를 두고 인도형 가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 기여 활동도 한층 강화한다. 인도법인은 글로벌 경영평가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로부터 2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획득했으며,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전자제품 수리 기술을 교육하는 ‘LG 희망기술학교(LG Hope Technical Skill Academy)’를 운영해 기술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영양실조 해결을 위한 ‘라이프스굿 영양식단(Life’s Good Nutrition Program)’을 통해 인도 전역 800여 개 공립학교 학생 6만 명에게 영양 식사를 지원하고, 전국적인 헌혈 캠페인 ‘Mega Blood Donation’을 통해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인도 증시 상장은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인도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현지 맞춤형 제품, 고도화된 생산·연구 체계,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인도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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