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고위험 ‘저신용자’ 서민대출, ‘복지’인가 ‘금융’인가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0.15 07:08  수정 2025.10.15 07:08

이재명 대통령 “저신용자 고금리 잔인”…금리 인하 지시 잇따라

“복지는 주면 끝, 금융은 순환 구조”…정책금융과 복지예산 혼동 지적

금융소외 막을 ‘지속 가능한 지원’ 방향 모색 필요

이재명 정부는 저신용자들에 대한 고금리 서민금융 정책이 '잔인하다'며 금리인하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금리인하' 시도가 저신용자 구제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영세자영업자나 저신용 서민에게 불법고금리 대출을 해주고 고금리를 수취한 사채업자 일당을 검거한 후 압수한 불법 전단지들이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는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정책 드라이브에 나섰다. 특히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이 막혀 불법사금융 위기에 내몰린 취약차주들에게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서민금융상품’이 잔인하다며 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민금융을 집행하는 현장에서는 “서민금융상품은 복지가 아니라 시장의 논리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명백한 ‘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오후 서울 콘텐츠 문화 광장에서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에서 “금융이 못 갚을 확률이 높은 집단을 신용등급으로 구분해서 이자를 더 많이 내게 한다”며 “그게 자본주의와 시장 논리이지만 왜 그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신용점수 하위 10%에 속해도 연체되지 않고 갚는 비율이 80%라며 ‘저신용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이자를 높게 되는 것은 ‘무슨 죄’냐고 비판했다.


그는 “(저신용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이자를 십몇 퍼센트씩 내는데, 잘 갚을 집단은 (금융권에서) 2~3%로 돈을 빌려준다”며 “갚은 사람이 무슨 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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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향해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데, 0.1p(포인트)만이라도 (고신용자에게) 부담을 더 지워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며 서민금융상품의 금리를 낮출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문제는 돈을 갚을 여력이 없어 ‘저신용자’가 된 이들이 대출금을 약정에 따라 갚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논리라는 점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의 방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저신용자한테 금리를 낮추고자 한다면 ‘누가 돈을 낼 것이냐’가 문제다. 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손실을 볼 생각을 하고 저신용자에 대해 금리를 낮추라는 것”이라며 “국책은행을 만들어서 할 일이지 주식회사인 은행에게 부담을 지우고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조치는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금융’에도 역행한다”고 했다.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언급 없이 ‘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금융상품을 ‘금융’이 아니라 정부의 '복지'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복지’와 ‘금융’의 개념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나 코로나 재난지원금처럼 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한 예산은 순전히 ‘정부의 돈’으로 구성돼 지출 후 끝이지만, 금융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복지는 주면 끝인데 금융을 계속 순환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100만원을 어려운 분들한테 주면 끝이지만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자금 관리를 통해 회수되는 금액을 통해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신용자를 도움을 줘야 할 약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깊은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서민금융의 금리를 낮추면 일반 시장에서 이용하시던 분들이 ‘나도 정책금융 쓸 껄’이라며 시장에서 이용하실 수 있는 분들이 정책 금융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시장이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지 서민금융이 너무 커지면 안 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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