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기환송'에…SK 경영권 리스크 해소 '안도'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0.16 12:05  수정 2025.10.16 19:08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부분 파기…노태우 금전지원 기여 불인정

원심 확정됐다면 崔 1.4조원 마련에 SK그룹 지배구조 흔들렸을 듯

혼란 피하게 된 SK그룹, AI·반도체 등 미래사업 확장에 속도낼 듯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조 AX 얼라이언스(M.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 청구 부분을 파기하면서, SK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문제가 최 회장 개인을 넘어 SK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돼 왔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으로 재산분할액이 다시 조정될 것으로 보이면서, SK그룹은 경영권 안정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주력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16일 오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일부 파기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뇌물'이라고 판단하며 '법의 보호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재산분할 부분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앞서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 등의 가치 증가와 유지에 대해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2심은 노 관장이 SK 주식 가치 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 최 회장이 부부 공동 재산 4조원 중 1조3808억1700만원(35%)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액수도 2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2심은 1992년 SK그룹(당시 선경)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 회장 측에 전달돼 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현금으로 지정되어 최 회장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했다.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주식으로 구성돼 있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SK㈜ 보유 주식의 상당수를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SK그룹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세기의 이혼'으로 불려왔다.


SK그룹 지배구조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분 소유 현황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9%이며, 시장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약 3조원에 달한다. SK㈜는 ▲SK텔레콤(30.6%) ▲SK이노베이션(55.5%) ▲SK스퀘어(31.5%) ▲SKC(40.6%)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그룹 지배력의 핵심 기반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판결하면서 SK그룹은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등법원 가사부로 다시 배당돼 재산분할금을 재산정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노 관장 몫 재산분할액은 1심 수준인 655억원 안팎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했다는 것은 약 1조3808억원이라는 금액이 과도하며, 2심의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었지만, 이번 판결로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파기 환송이 결정될 경우 재산분할금이 감소하고 경영권 안정화로 SK의 주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AI·반도체 사업 확장 속도…SK AI 서밋서 구체화 전망
최태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OpenAI) CEO 등 양사 경영진들이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

SK그룹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한 만큼,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과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양축으로 하는 '미래형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은 AI와 반도체 등 미래 사업에 그룹의 총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2030년까지 8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7조원 규모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한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와도 협력해 서남권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회동한 뒤 양사의 협력과 관련해 "메모리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SK의 통합 AI 인프라 역량을 이번 파트너십에 집중해 글로벌 AI 인프라 혁신과 대한민국의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의 '미래형 성장 전략'은 다음 달 3~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Summit(서밋) 2025'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 행사는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AI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 걸친 SK그룹의 AI 경쟁력을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 소개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최신 AI 동향을 공유하며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SK그룹은 이에 앞선 이달 28일에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의 부대행사 '퓨처테크포럼 AI'를 주관한다. 이곳에서 SK가 추구하는 가치 창출형 AI 생태계 전략을 국내외 AI 오피니언 리더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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