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규제 10·15 대책…'부동산 악몽' 되풀이
자산형성과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작용하는데…
공급대책도 책임도 없는 '3無 대책'에 국민 분노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3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 개회사에서 10·15 부동산 대책 문제에 관해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초강력 규제만 가득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또다시 '부동산 악몽'을 되풀이하고 있다. 단순히 '문재인 시즌 2'라 부르기엔, 이번 대책은 더 무책임하고 위험한 수준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주거 안정은 고사하고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키웠고, 수습은커녕 수도권 집값 상승의 책임을 전(前) 정부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에게 떠넘기며 적반하장식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인한 선거 패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APEC, 미국과의 무역 협상 등 외부 이슈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국민의 의·식·주를 위협하는 문제 앞에서 그런 방식이 통할 리 없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은 왜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 형성과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은 치열한 논의도, 현실적인 공급 대책도, 책임도 없는 '3無 대책'이기 때문이다.
첫째, 시장이 겪게 될 문제들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사전에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부동산 규제지역 확대 등 핵심적인 주택 정책을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에서,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가 걸린 초고강도 규제를 담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단순 서면 결정 방식'으로 심의·의결했다는 점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발표 전에 이루어진 주정심의 서면 회의 날짜는 10월 13일이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틀 전에 급히 처리된 것인데, 과연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총 세 차례가 진행되었는데 모두 '서면'으로 진행됐다.
'서면 회의' 논란에 국토교통부는 자료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명일 뿐이다. 또한 대면 심의를 원칙으로 운영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도 다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새로운 규제지역에 포함되는 등의 중대 사안을, 치열한 논의 과정도 없이 서면으로 급하게 처리한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전세 매물이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매물 안내판이 비어 있다. ⓒ뉴시스
둘째, 초강력 규제만 있을 뿐 공급 대책이 없다.
이번 대책은 청년과 무주택 서민층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공급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 전세시장과 분양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는 공공주택 확대나 민간 분양 인센티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실질적 공급 수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기존 규제 장치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결과 거래 절벽과 시장 경직이라는 악순환만 심화되어 주택시장에 혼란만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공급 대책 없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으로 민심이 싸늘해지자, 지난달 31일 민주당은 주택시장 안정화 TF를 출범시켰다. TF 회의에서 10·15 부동산 후속 조치를 위한 입법과 부동산 추가 공급을 위한 택지 발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하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정도껏이다. '주택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면서, 공급 대책 없이 초강력 규제만 내놓은 탓에 애꿎은 국민만 괴롭다.
셋째,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부와 민주당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 남 탓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무책임'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며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도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10·15 부동산 대책과 잇딴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망언 릴레이로 인해 심상치 않은 여론이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는 반면, 코스피 6000 이상도 가능하다며 연일 증시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
결국 현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치열한 논의도, 공급도, 책임도 없는 '3無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책 발표 이후 이어진 여권 인사들의 막말과 형식적인 사과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여론이 악화되자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뒤늦게 당내에 주택시장 안정화 TF를 꾸리는 모습은 진정한 문제 해결이 아닌, 정치적 생존에만 몰두한 결정일 뿐이다. 만약 현 정권이 이러한 기만적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냉정한 심판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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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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