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지법에 법원행정처 폐지까지…與, 사법개혁 고삐 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28 04:30  수정 2025.10.28 04:30

서울고법, 李대통령 재판 재개 가능성에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답변 후

與, '李대통령 재판중지법' 재추진 의견

국민의힘 "'이재명사법부' 위한 사법개악"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 추진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 이른바 '9대 사법개혁안'을 통해 사법부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사법개악"이라고 반발한다. 당분간 여야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이번주만이라도 '다투지 말자'고 합의했지만, 여권의 사법 압박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기존 '5대 사법개혁안'에 이어 전날 의원총회에서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도입도 당론 추진을 위해 논의키로 했다. 여기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행정개혁까지 시사하며 사실상 '9개'의 법안을 내놨다.


이 가운데 야권이 눈살을 찌푸리는 안건은 '재판중지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목적을 이재명 대통령이 받고 있는 각종 혐의에 대한 재판 무산 시도라고 해석한다. 앞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재추진하자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개별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원의 '유보적 입장'을 언급하며 추후 당에서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의 공식 논의는 없지만, 개인 차원에서 (재판중지법 재추진) 의견이 개진된다는 점은 분명하고 왜 이런 의견이 나오는가에 대해선 '불 때니 물 끓는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는 요구에 유보적인 법원 입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원들은 개별 대응 차원으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재판중지법을 본회의에 부의해 통과를 앞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방탄입법' 논란을 의식해 처리를 미뤘다. 이후 지난 20일 서울고법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고등법원장이 잠정 중단된 이 대통령 재판 재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부터 민주당에선 해당 법안에 대한 재추진 주장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재판중지법 추진에 대한 우려도 당내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법을 추진하는 대의명분이 없다. 야심차게 출발한 사법개혁안이 재판중지법 하나로 법원 자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다"며 "이 법은 민생과도 관련 없고, 오로지 정쟁만을 유발할 뿐으로 다수 국민이 보기에도 야당의 '방탄법'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게 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YTN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지난 6월 서울고법의 재판 무기한 연기 결정을) 딱 받아들였으면 이런 사달이 없을 텐데, 그것도 불안하다해서 아예 재판을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든다든지, 퇴임한 후에도 재판을 안 받게 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법원의 행정과 인사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도 검토 중이다. 정청래 당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수직화돼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며 "인사와 행정 등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민주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때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이후 정 대표는 27일 비공개 회의에서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사법부 신뢰회복과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정 대표의 전날 발언이 사실상 법원행정처 폐지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왕적인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말씀으로 본다"면서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인사 등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TF는 정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공식 제안한 '무정쟁 주간' 가운데 관련 입법을 내주 3일부터 다듬어 갈 예정이다.


국민의힘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당대표는 당 회의에서 "만약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킨다면 그 즉시 이재명정권이 중지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오직 한 사람, 이 대통령을 위한 '이재명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사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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