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슈퍼위크 달군 조선·방산 외교…HD현대·한화 존재감 ‘각인’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0.28 14:27  수정 2025.10.28 19:27

정기선 “미 해양 르네상스 동행”…회장 취임 글로벌 데뷔전

김동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주목…APEC 현장방문 관심

통상 협상 교착 속 조선·방산 외교 축으로...“필수 역할 기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HD현대

국내 조선·방산업체들이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의 외교 무대 전면에 섰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앞세워 회장 취임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가운데 한화그룹은 방산 포럼을 열어 ‘평화를 위한 기술’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APEC 슈퍼위크를 계기로 국내 조선·방산사들이 세계 경제 무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협상 교착 속에서 조선·방산 기업들이 새로운 외교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전날(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 ‘퓨처 테크 포럼: 조선’ 기조연설에서 “HD현대는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여정에 동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공식 무대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제조기술을 활용한 조선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기도 했다.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사업을 공동 수행하기 위한 협약으로, 한국 조선업체가 미 해군 함정 건조에 직접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깅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적 구속력 없이 포괄적인 협의에 그칠 수 있는 업무협약(MOU)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며 “양사 간 MOA는 미국 해군 함정 조달 시장이 한국 조선소들에 실제 열린다는 단서”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조선 투자 확대를 촉구한 가운데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미 간 실질적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오는 29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하는 만찬에서 추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6월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한화오션

전날 한화그룹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방산 3사가 참여한 ‘한화 퓨처 테크 포럼: 방산’을 열고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주제로 글로벌 안보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한화는 AI·스마트 제조·우주·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글로벌 안보 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화의 기술은 도발이 아닌 보호를 위한 기술이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기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번 포럼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캐나다의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관련해 APEC 현장에서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방한 일정 중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이 유력해지면서 김 부회장이 동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원팀’으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최종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있다. 해당 사업은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와 함께 한화 방산의 해외 수주 전략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통상 협상은 막판 조율에 들어갔지만 세부 쟁점이 많아 단기간 내 타결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 중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한미 간 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내 조선산업 재건과 안보 공급망 강화에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필수적”이라며 “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의 조선·방산 산업이 한미 산업 외교의 새로운 중심축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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