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첫번째 주자 조상현 변호사
"尹, 가장 잘못한 일은 비상계엄"
"기회 주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 출마"
"캐스팅보트는 2030…과감한 물갈이 필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조상현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상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참신하고 유능한 청년 찾기에 몰두한다.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청년 인재를 구하기 위한 열정과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이나 메시지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기성 정치권이 청년을 선거 때만 쓰고 버리는 악세사리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선거철 이벤트성 공천이나 '줄 잘 서는' 사람이 발탁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모래 속의 진주'를 찾듯, 청년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자격 논란에 휘말려 바람처럼 사라지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영입되다 보니, 제대로 검증받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청년 정치 인재풀'이 마련되어 있어야 인재를 발탁한 당과 발탁된 당사자 모두에게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데일리안은 청년 정치 인재풀 채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활약하며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을 찾아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줄임말)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한다. 첫 번째 순서로 조상현 변호사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상현에서 진행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마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수학과·경제학 학사를 받은 조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출마를 결정한 후 광화문 이마빌딩에 마련한 대선캠프로 출근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2021년 8월, 1991년생인 그의 나의 30세 때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사추천팀에서 일하다가 대통령실 인사·법률비서관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지냈다.
스스로를 '우파 자유주의자'라고 밝힌 조 변호사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용산구에 거주 중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선 "행정부, 사법부, 국회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장악하면 더 이상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며 "일당독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꼭 이겨야 하는 선거"라고 했다. '야권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 전략'에 대해선 "캐스팅보트는 2030 청년층"이라며 "청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과감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 공천 확대를 통해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청년층에게 주고, 청년 정책 확대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조상현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상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조상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계기가 있다면.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점점 결심을 굳혀갔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들어가기 전 국회의원실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평소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해서 제일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계기는 군대 갔을 때다. 국가가 (강제로) 나를 여기(군대)에 데려다 놓고, 내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유주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징병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종전 2년 전인 1973년도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채택했다.
서울대 로스쿨을 다닐 땐 입법정책학회 등을 했는데, 그때 강의하러 온 현역 국회의원들을 실제로 많이 보게 됐다. 로스쿨 졸업 후엔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대선을 치른 후엔 대통령실 인사·법률비서관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속 정치권에 노출된 거다.
개인적으로 청년 보수 운동가 고(故) 찰리 커크의 모토인 '너가 믿는 바를 말하고 살라'라는 말을 되게 좋아한다. 내가 믿는 것을 말하고 행동하며 사는 삶이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국민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꼽지 않았나. 나도 그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윤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주의자 대통령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캠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물론 결말이 좋지 않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 본인의 정치적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파 자유주의자'.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공정 등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의 할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이시다. 대학생 때 북한에서 서울로 유학왔다가 6·25 전쟁이 터져서 실향민이 되셨다."
-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과 업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게 있다면.
"가장 잘못한 것은 당연히 비상계엄 선포다. 건전 재정 기조를 3년 내내 이어간 것은 제일 중요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 윤석열 정부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한미 관세 협상도 이재명 정부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했을 거라고 본다. 일본에 비해서 불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했는데, 미국이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또 윤석열 정부는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많이 도입했는데, 실제로 출산률이 꽤 올라갔다.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다."
- 대통령실 행정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도 지냈는데, 일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 들려달라.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충격적인 기억이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시기 때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월 19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대행을 향해 '몸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여야 대치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대행을 겨냥해서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깜짝 놀랐다. 그 말을 듣고 '테러를 하겠다는 건가, 경호를 격상해야 되나' 이런 이야기가 내부에서 많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조상현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상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처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치권에 입문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청년 정치인들이 꽤 많은데, 구조적 문제일까, 개인 역량의 부족일까.
"내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은 유능한 청년들에게 정치는 매력적인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능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줄 서기'를 잘하는 게 정치적 커리어에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나. 그래서 역량있는 청년들이 정치권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잃을 게 없고, 권력에 대한 탐욕만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선택하게 하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 유능한 청년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오게 하려면.
"정당공천 시 '청년 할당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할당제가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면, 청년 할당제는 효율성을 위한 것이다. 가령 미국 상장사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CEO가 젊을수록 위험회피성향이 적고 기업 성과가 좋다고 한다. 지금보다 청년이 결정권을 갖는 자리로 많이 진입해야 우리 공동체의 집단적 의사결정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청년 정치 타이틀을 달고 정치권에 진입한 분들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기준을 어떤 영향력을 발휘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했을 땐 이준석 대표가 딱 떠오른다. 이 대표는 유능하고 용기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소신대로 말하면서 정치적 기득권과 맞서 싸우고 있는 부분은 평가할 만하다. 물론 반면교사로 삼아야 될 부분도 있다. 정치를 하면서 너무 적을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약간 여담이기는 한데, 이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1회 대통령 과학장학생'이었고, 나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제7회 대통령 과학장학생'이었다. 대통령 과학장학생 선배다. 하하. 개인적 친분은 없다."
-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군가.
"이승만 전 대통령.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주도하고, 공산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이다."
- 살아있는 분들 중에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다. 작년에 찾아뵙고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진심으로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정치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국민의힘에서 귀한 수도권 중진의원으로서 원칙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었으며, 주중대사 출신으로 국제정세에 관해서도 높은 식견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재 살고있는 용산구도 권 의원이 지역구 의원이 되신 후에 많이 발전됐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조상현 변호사가 10월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 상현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적 신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나.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서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이 주목을 하면, 그게 정치인 것 같다. 꼭 국회의원이 돼야 정치인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 행위라고 생각한다."
-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정치'는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출마를 한다면, 내가 가장 잘 알고 애정이 있는 곳에서 할 것 같다."
- 내년 지방선거의 의미는.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가 국민 눈치를 보기 시작할 것이냐, 독재의 길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권은 대한민국 운영체제를 뒤흔들고 있다. 입법·행정·사법이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식 일당독재 모델로 가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국회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장악하면 더 이상 이재명 정부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일당독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꼭 이겨야 하는 선거다."
- 야권이 내년 지방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보나.
"캐스팅보트는 2030 청년층이다. 청년층의 표심을 사로 잡기 위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과감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능하고 의지있는 청년들이 많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당이 어려울 때 젊은피를 수혈해서 개혁공천을 하지 않았나. 주로 총선에서 그런 시도가 있어 왔는데, 지방선거가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기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청년들도 '나 어리니까 챙겨달라'는 생각보다 '집안이 어려울 때 내가 일으켜 세운다'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음 인터뷰이(interviewee)를 지목해달라.
"김금혁 전 국가보훈부 정책보좌관."
- 김 전 보좌관을 지목한 이유는.
"북한 평양 출생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으로 2012년 귀순한 동갑내기(91년생) 친구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다르더라. 특히 자유가 없었던 삶을 살다가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 등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국민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은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잘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한민국을 이끌기에 더 적합한 세대는 '90년대 학번'이 아니라 '90년대생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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