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도교육청의 대입제도·AI 서논술형 평가 개혁 – 임태희 교육감의 실험, 변화의 시작점

유진상 기자 (yjs@dailian.co.kr)

입력 2025.11.08 07:00  수정 2025.11.08 11:51

한국 교육의 본질 회복, AI 서·논술형 채점과 대입제도 전환에서 시작

점수 경쟁에서 창의성 평가로…대학·학교 현장과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의 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월 21일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교육청 제공

올해 초 1월 21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교육의 미래는 대학입시가 결정한다. 점수 경쟁과 암기 중심 상대평가는 학생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짓누르고, 사교육 일색으로 학교 현장이 왜곡된다. 근본 개혁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대학입시제도 개혁 필요성을 공식 천명했다.


왜 대입제도 개혁인가


임 교육감은 현행 수능·내신 체계가 고교 교육을 입시에 종속시키고 학생의 '성장'보다는 '평가'만을 중시하는 현실을 문제시했다. 지난 1월 30일 TF 첫 회의에서 "대입제도는 고교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키이자 교육혁신의 방아쇠"라며 기존 '줄세우기' 입시에 대한 포괄적 개혁 의지를 밝혔다. TF 조직에는 정책국장, 현장 교사, 입학사정관, 학부모·연구진 등 30여 명이 참여해, '2032학년도 시행 대입개혁안' 검토를 시작했다.


핵심 변화는 △내신 5단계 절대평가 △수시·정시 통합 △수능 자격시험 전환 △서·논술형 평가 비중 확대 등이다.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고,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도 평가받는 시스템" 도입 목표다.


대학과의 공식 협력, 평가시스템의 공신력 강조


4월 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회에서 임태희 교육감은 전국 대학 총장 앞에서 "학교 현장뿐 아니라 대학도 공감하고 인정하는 평가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며 대입 개혁이 대학-사회 전체가 협력해 신뢰를 얻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학이 협력해 미래형 인재를 길러 내는 입시제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대입제도 개혁안이 대학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신력 높은 평가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AI 서·논술형 평가 확대, 내신 5단계 절대평가, 수능 자격시험화 등의 구체적 방향도 대학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정책 방향성과 사회적 신뢰, 대학과의 협력 필요성 모두를 강조한 공식적 메시지였다.


이날 대학 관계자들도 입시 개혁의 공정성, 학생 부담 경감, 실질적인 학교 행복 등 현장 의견을 내놓으며 경기도교육청의 개혁안에 주목했다.


'하이러닝'에 구현된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이어 지난 6월 18일, 임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열린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시연회에서 "교사의 채점 부담, 편차와 비효율을 구글 AI 플랫폼(LMS)으로 극복한다"고 밝혔다.


시스템은 평가 설계→답안 처리→AI 자동채점→피드백 제공→통계 분석 등 5단계로 진행된다.


평가 설계 단계에서는 교사가 각 과목별로 평가 문항을 만들고, 평가 기준(루브릭)을 시스템에 직접 입력하게 된다. 학생들은 시험지에 손글씨로 답안을 작성하며, 이 답안은 시스템을 통해 OCR 기술로 디지털화된다.


디지털화 된 답안은 AI가 자동으로 채점하는데, 논리 구조와 내용의 일치도, 창의적 사고, 근거 제시, 구체적인 사례 활용 등 다양한 세부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채점이 끝나면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에는 모범답안과 학습 조언 등도 함께 포함돼, 학생은 자신의 답안과 비교하며 발전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은 학급 전체, 문항별, 학생 개인별 성취도와 취약점을 데이터로 자동 집계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통계 정보를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은 경기도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에서 구현된다. 참관 교사들은 "채점이 10분의 1로 단축되고, 피드백까지 자동화", "학생 상담·지도 시간 늘어난다"는 평가를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9월 15일 포천 선단초등학교에서 하이러닝 활용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현장 변화, 교사의 역할과 학생의 경험


기존엔 논·서술형 평가의 채점이 교사 1인당 수시간에서 며칠씩 걸렸고, 평가 기준 적용 편차, 행정 부담이 과도했다. AI 시스템 도입 이후엔 빠른 채점, 표준화된 기준 적용, 피드백 자동화로 교사는 개별 지도·수업 설계에 더 집중한다. 실제로 시범 적용 학교 교사들은 "수업력 향상, 교육과정 내실화"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한다는 반응이다.


학생 역시 기존의 정답 찾기, 암기식 답변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 '자기 논리와 관점 표현'이 평가받는 경험을 한다. "서술·논술형의 비중이 늘며 토론, 자기주도 학습이 활발해지고, 평가받는 과정이 진로·학습 동기까지 이어진다"는 현장 반응도 나왔다.


AI 채점 신뢰도와 입시제도 개혁


AI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 학습 데이터의 편향 위험, 채점 사각지대 등은 과제로 남는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AI 협업, 2중 검증 시스템, 복수 채점 등 보완 방안을 병행 중이다. 정책적으로는 대학 입시변화의 실제 현장 수용도, 대학의 인정 여부, 학생·학부모 이해도 등과 연결돼 있어 전국 단위 공론화, 국가교육위원회 연계, 대학협의회 간담회 등이 병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중1·고1 국어·사회·과학을 중심으로 AI 평가시스템 시범사업이 본격화된다. 2032학년도 대학 입시안 확정 시까지 학부모·교사·대학 등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 설계와 시스템 안정화를 꾀한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달 21일 안산시 단원구청에서 열린 '찾아가는 경기학부모교육 시리즈' 정책특강에서 "경쟁 중심 줄 세우기 상대평가로는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며 '교육의 본질 회복, 학생 성장 중심 입시의 시대적 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임 교육감이 시도하는 AI서·논술형 평가 개혁은 수능 개혁, 학교 교육 정상화,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의 본질과 이어진다.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임 교육감의 시도가 공교육 현장에 어떤 변화를 남길지, 어디까지 변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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