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 경쟁' 아닌 '공간 경쟁'… TV 침체 속 이동형 폼팩터 약진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10 06:00  수정 2025.11.10 06:00

스크린, ‘보는 기기’에서 ‘공간 연출 장치’로

고정형 TV 대신 이동형·감성형 스크린 급부상

삼성은 상업 공간, LG는 라이프스타일

기술 중심 엡손은 감성 프로젝터로 영역 확장

4일 삼성 강남에서 열린 '무빙스타일 202 소상공인 포럼'에서우수 사례로 선정된 한옥스테이 '웰컴미스테익스하우스'의 이한욱 대표가 무빙스타일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TV 출하량 감소와 가전 수요 정체가 장기화되면서 스크린 산업의 경쟁 축이 '화질·성능'에서 '공간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TV 시장을 둘러싼 화질 경쟁이 사실상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크린 제품이 '콘텐츠를 보는 장치'에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오브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도 이에 맞춰 각각 이동형 폼팩터 전략을 새롭게 앞세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자업체들은 이동형·감성형 스크린 라인업을 강화하며 '공간 연출형 스크린'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동형 스크린 '무빙스타일'의 상업 공간 적용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최근 소상공인 대상 '무빙스타일 202 포럼'을 열었다.


디스플레이 사이즈나 종류, 색상, 타입 등에 맞춰 무빙스타일을 202가지 조합으로 나누고, 숙박업·카페·공방 등 다양한 매장에서 혹은 업종에 따라서 환영 메시지·메뉴 안내·브랜딩 콘텐츠 송출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공유한 것이다. 매장 콘셉트별 커스터마이징 수요와 맞물린다는 평가다.


LG 무드메이트는 빔프로젝터, 인테리어 조명, 블루투스 스피커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신개념 프로젝터이다. 5단계로 밝기 조절이 가능한 9가지 색상의 무드등을 탑재해 고객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LG전자

이동형 스크린의 원조인 LG전자 역시 라이프스타일형 이동 스크린 제품군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력 제품인 스탠바이미가 있지만 시니어 맞춤형 '이지TV', 최근 출시한 인테리어형 프로젝터 '무드메이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무드메이트는 영상에 조명·스피커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최대 120인치 화면 투사와 함께 9가지 컬러 조명의 무드등 기능, 패시브 라디에이터 기반 저음 스피커를 탑재해 '보는 기기'에서 '분위기를 만드는 가구'로 포지셔닝했다. 스탠드형 디자인을 적용해 집안 어디든 이동·배치가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자사 스마트 TV 플랫폼 webOS를 탑재해 프로젝터에 노트북, 휴대폰 등 별도 기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LG전자의 FAST(Free Advertising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LG채널과 OTT,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엡손이 Lifestudio 브랜드와 업계 최초 트리플 코어 엔진을 탑재한 미니 프로젝터를 공개했다.ⓒ엡손

업계는 일본 엡손의 전략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엡손은 오랫동안 회의실·교육용 프로젝터 중심의 B2B 강자였으나, 최근 거실·침실에서 사용하는 감성 프로젝터 '라이프스튜디오 POP & FLEX 시리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벽면에 사진·일러스트·질감 배경을 투사해 휴식 공간을 연출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프로젝터 = 영화 감상용' 인식을 넘어 '집안 분위기 기기'로 전환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4975만 대로 전년 대비 약 5% 감소했다. 3분기 기준 출하량이 5000만 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TV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국 보조금 축소와 관세 이슈 등으로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TV 시장의 물리적 성장 여력이 제한되면서, 스크린의 '기능적 역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질·밝기·패널 경쟁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정착된 상태"라며 "TV가 벽에 고정된 '거실 중심''이었다면, 이동형·감성형 스크린은 집·매장·업무 공간 전반을 이동하며 역할을 바꾸는 매개체다. 향후 AI 기반 조도·음향 자동화와 결합하면서, 스크린이 '공간을 디자인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