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통합 후 운수권 재분배…티웨이항공, 기회와 시험대 동시에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1.10 06:00  수정 2025.11.10 09:19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따른 10개 노선 이전 절차 개시

장거리 운항 실적과 지방공항 네트워크 갖춘 티웨이항공 주목

기재·인력 확보와 장기 자본 투입이 향후 생존 좌우할 관건

티웨이항공 항공기 ⓒ티웨이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따른 운수권 재분배가 본격화되면서, 유럽·미주 노선 운항 경험과 지방공항 실적을 앞세운 티웨이항공이 정책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재분배 국면은 티웨이항공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장거리 노선 운영 능력과 자본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에 따라 독과점 항공노선의 운수권과 슬롯 재배분 절차를 본격 개시했다. 정부는 대형항공사(FSC) 중심의 항공시장 집중도를 완화하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중장거리 진입을 유도해 경쟁 환경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운수권 재분배 절차 개시…LCC 중장거리 시대 서막


공정위는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행감독위원회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10개 노선 이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전 절차가 개시된 노선은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미국 4개 노선 ▲인천~런던 등 영국 1개 노선 ▲인천~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1개 노선 ▲김포→제주 ▲광주→제주 ▲제주→김포 ▲제주→광주 등 국내 4개 노선이 대상이다. 대체 항공사가 선정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해당 노선에 신규 취항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부과한 구조적 시정조치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총 34개 노선의 공항 슬롯과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로 이전하는 등의 구조적 조건을 부과했다.


앞서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등 6개 노선은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조치에 따라 에어프레미아·유나이티드항공·티웨이에 배분이 완료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재분배 국면을 항공산업 구조 개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서남아·유럽 등 FSC 중심 노선의 운수권 증대분을 LCC에 우선 배분하고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장거리·지방 두마리 토끼 잡았다


이런 정책 방향에 따라 중장거리 운항 경험과 지방공항 실적을 모두 갖춘 티웨이항공이 정책 수혜의 '전면 후보'로 거론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유럽 주요 도시 노선에 연이어 취항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인천~밴쿠버 노선을 신규 개설하며 미주 노선으로 확장했다. 국내 LCC 가운데 유럽과 미주 노선을 동시에 운항하는 곳은 티웨이가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부산-후쿠오카·삿포로, 제주-후쿠오카 등 지방공항 신규 노선을 확대하며 지역 거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항공당국이 향후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을 늘리고 중장거리 운항 역량을 운수권 심사 요소로 반영할 경우, 티웨이항공의 기존 실적이 경쟁사 대비 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지분 투자 안 돼"…자본·정비 체계가 생존 관건

그러나 장거리 시장이 곧바로 '기회'로만 작용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장거리 노선은 기재 리스료와 정비 비용, 장거리 조종 인력 등 고정비 구조가 크기 때문에, 운항 효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손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노선 확대가 단기적 지원에 의존하는 한 한계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항공 통합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재나 인력 지원이 "초기 운항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시적 조치일 뿐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장거리 노선의 구조적 리스크를 강조했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용, 조종 인력 확보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체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는 티웨이가 기단 확보는 물론 조종사와 정비 인력까지 스스로 갖춰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장거리 노선은 초기 투자 부담이 커 결국 관건은 소노그룹의 실질적인 투자 의지라고 분석했다. 단기적 지분 참여에 그칠 경우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고 장기 자본 투입이 동반돼야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운수권 재분배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슬롯 유지나 정시성 확보 같은 운항 의무도 함께 따라온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장거리 노선은 기회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티웨이가 장거리 시장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본과 정비·운항 체계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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