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열대화된 제주 바다...‘참조기·벤자리’로 미래 양식 돌파구 찾는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1.13 14:02  수정 2025.11.13 14:02

국립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 기후위기대응 미래양식 개발

고품질 참조기 양식산업화 실증...“부하율 95%”

고수온 대응 벤자리 산업화...양식기술·종자 보급

참조기 양식 어가선 “사료비 지원 절실”

참조기 어미집단(왼쪽)과 참조기 어미집단서 생산돼 올해 5월 수정 생산한 0세 종자.ⓒ김지현 기자

우리 바다에 아열대 기후대가 도래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제주·남해 동부 등 해역의 수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뜨겁게 달궈진 바다 아래에는 열대 아열대성 어종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해역이 본연의 성질을 상실하면서 어민들의 터전은 물로, ‘뭍의 식탁’ 역시 변화가 따르기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국립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해 미래양식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다가온 미래를 살펴보고,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는 현장을 들여다본다.


미래해양 먹거리 ‘참조기·벤자리·참다랑어’


“다가온 미래 해양 먹거리는 참조기와 벤자리입니다. 다가올 미래는...”

지난 12일 찾은 국립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에는 참다랑어 인공종자·배합사료 등이 놓여있었다. 우리나라 해양 생물의 종 보존을 위한 흔적이다.


그도 그럴 게 언제부터인가 우리 바다는 인간에게 과제를 남기기 시작했다. 고수온 해역에서 변화하고 있는 생물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그리고 질문은 따뜻한 해역을 품고 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올해 제주 표층 수온은 30도를 넘어서며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85일이라는 역대 최장 고수온 특보가 발효된 제주에서는 광어 양식장 60여곳에서 광어 119만5000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 지역 대표 양식 어종인 광어의 경우 28도를 넘으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대량 폐사 위험이 커진다.


바다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바다 먹이사슬 전반에도 변화가 따르고 있다. 감태, 미역, 톳 등 토착 해조류인 갈조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전복과 소라의 감소가 가속화됐다. 또 갈치, 자리돔, 용치놀래기 등 제주 연안을 지배하던 토착 어종의 서식지도 줄어들고 있다.


국립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는 이같은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해 미래양식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열대수산연구소가 바다에서 찾은 해법은 ▲고품질 참조기 양식산업화 ▲고수온 대응 양식신품종 벤자리 산업화다.


2009년부터 육상 넙치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한 참조기는 이제 미래양식 신품종이 됐다. 고품질 참조기 양식산업화 실증 연구는 상업적 대량생산 실증, 소비촉진 기반구축을 통해 제주 육상양식산업의 재도약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023년 8월 입식 참조기 9500마리(1320kg)를 출하했다. 올해는 종자 대량생산과 50만 마리 산업체 공급을 목표로 현장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유용운 국립수과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참조기 인공 수정률을 논할 단계는 한참 넘었다. 우리가 실제 산업체에 분양하고 있는 것들은 수정·부하율이 95% 이상 되는 가장 양질의 것들만 분양하고 있다. 이제 육종을 위해 기초가 되는 우량한 형질을 가진 신어들을 선별해서 관리하는 정도의 레벨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참조기 양식은 기존의 양식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어민들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종묘생산동에서 양식 중인 벤자리.ⓒ김지현 기자

남해안 가두리 양식에서 고수온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등장한 벤자리는 지난해 시험·양식을 본격화했다.


벤자리는 아열대화에 따른 수온 상승, 고수온 태풍 등 자연재해 증가로 양식환경이 악화하고, 어업인 피해로 미래 양식품종으로 지목됐다. 벤자리는 12~30도 수온 범위에서도 살아남아 양식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벤자리 종자 1500마리, 수정란 180만개를 분양한 상태다. 통영, 거제, 여수 등 총 3개지자체의 어가 3곳에서 종자를 만들어 산업화 기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승철 연구관은 “바다가 무한하다고 하지만 바다도 식량자원화를 해야 한다. 지금도 계속해서 서칭해보고 양식종으로 가능한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왔다. 벤자리 양식품종 개발은 2012년부터 했다. 참조기(2009년)도 마찬가지”라며 “이들은 이미 다가온 미래이자 현재가 됐다.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식량산업은 대형어류를 대상으로도 진행 중이다. 참다랑어와 잿방어, 흑점줄전갱이가 그 주인공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 종묘생산동에서 양식 중인 참다랑어가 연구사들이 던져주는 고등어를 받아먹고 있다.ⓒ김지현 기자

이날 방문한 종묘생산동에는 수심 8m의 거대한 수조에서 참다랑어(6세어) 17마리가 큰 몸집으로 물살을 가로질러 연구원들이 던지는 고등어를 받아먹었다. 수조에 있는 참다랑어는 작은 것은 120~130cm, 큰 것은 170cm 정도다. 참다랑어가 몸을 좌우로 흔들자 물살이 거세게 요동쳤다.


최지용 연구사는 “참다랑어 수정을 키우고, 이것을 받아서 키울 수 있는지 중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소는 아홉동가리와 날새기, 잿방어, 흑점줄전갱이 등도 신품종으로 보고 있다.


“참조기 양식 수익성 분명하지만…”


“미래에 대응하는 어종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사료값조차 지원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양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효림수산’ 오성호 대표는 수년간 양식 산업을 해오며 변화하는 제주바다를 지켜봐왔다. 하루가 멀다하고 뜨겁게 달궈지는 바다를 보며 한숨 짓는 날도 상당했다. 그런 오 대표는 참조기 양식 산업에 빠른 관심을 갖고 산업화를 위해 일조하고 있다.


오 대표는 “작년에 참조기를 판매해 본 결과 수익 구조는 분명있다. 쉽게 이야기해 한 수조에 광어는 1000마리를 키울 수 있는데 비해 참조기는 5000마리를 양식할 수 있다”며 “참조기의 경우 미당 단가가 2만2700원이다. 수익성이 상당히 괜찮다”고 말했다.


‘효림수산’ 오성호 대표의 양식장에 쌓인 배합사료.ⓒ김지현 기자

다만, 정부 지원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물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 어가를 대상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친환경수산물 생산지원 직불제’로 배합사료 구매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은 가자미, 돔, 볼락, 넙치 등으로 참조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가 해수면 양식어종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현되기까지의 시간은 장담할 수 없다.


같은날 찾은 오 대표의 양식장에는 광어와 참조기 수조가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양식장만큼, 사료값 역시 막대하다.


오 대표의 양식장 참조기 수조(60평)에는 하루에 50kg(한 포당 5만원)의 사료가 투하된다. 이마저도 수온이 떨어져 10kg 줄어든 수준이지만 벅찬 상황은 여전하다.


사료를 한 스쿱 퍼담던 오 대표는 “참조기 10만수가 있는 80평짜리 수조가 제일 크다. 참조기는 배합사료를, 광어는 생사료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미래양식의 선두주자로서 임하고 있다. 어찌보면 ‘맨 땅에 헤딩’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어떻게 들어오는지도 모르는 수입산을 사이즈가 크고 싸다고 선호하고 있다. 국내사 참조기를 직접 먹어보면 확연히 다르다. 사료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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