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와 각 세우는 장동혁, 득일까 실일까 [정국 기상대]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11.19 04:05  수정 2025.11.19 04:05

張, '당게 논란 조사' '친한계 원외 정리' 속도

친한계 "강경하게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

선·상식 벗어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

2018년 회자…"張, 선거 승리 생각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잠시 문을 열어 장동혁 등 의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해 친한(한동훈)계와 각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사실상 완전한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 내부에서는 장 대표의 조치가 예상 밖의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망하는 한편,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의 패착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상원 윤리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한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논란'과 일부 친한계 원외 인사들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여 위원장은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징계 대신 '주의'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 이후 당 일각에서 강하게 사퇴 압박을 받았고 결국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결정에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적잖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다음달 새 윤리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며, 이후부터는 당게 관련 의혹과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한계 원외 인사들에 대한 조치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장 대표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된 의지를 천명했으며, 지난 14일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착수를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목소리를 보탰다. 신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 출마에 뜻이 있다면 '당원 게시판 논란'부터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고 본선에 가도 떨어질 수 있고 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가 '과거 일에 대해 따져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태도를 취하면 안 된다"며 "본인이 떳떳하게 '당원 게시판은 이런 이유에서 이렇게 했다. 당에서 판단해달라'고 나서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계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오히려 민심 반발로 이어질 수 있어 장 대표가 예상만큼 강경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장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말 친한계에 대한 압박을 인위적이고 작위적이게 가한다면 (입지가) 훨씬 더 위험할 것"이라며 "새로운 윤리위원장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건데 그런 상황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원외에 있는 친한계 인사들을 다 찍어내고 쫓아낸다는 말은 당을 깨자는 것 아니냐"라며 "당을 완전히 내홍으로 빠뜨리겠단 부분에서 부담을 안 가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장 대표에 대한 리더로서의 신뢰가 많이 추락한 상황인데 당게를 건드린다 해도 우리는 손해 볼 것 없다"며 "당을 위험으로 빠뜨린 주역이 누가 되는지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도 엉망이고 우려가 많은데, 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 같은 사건이 터졌는데도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이런 상황에서 엉뚱한 짓을 한다? 우리가 당하고만 있겠느냐. 선을 넘고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면 그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지선 승리 아닌 차기 대권?
"축소 지향의 정치로 강성 정치 일관"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관심사가 당장 눈앞의 지방선거 승리가 아니라 차기 대권 경쟁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잠재적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유승민 전 의원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선에서 한동훈·이준석·유승민을 빼면 졸이나 차·포를 다 빼겠단 건데 그럼 뭘 갖고 싸우겠느냐"라며 "경쟁이란 게 포도 있고, 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어야 싸움이 되는데 그런 면에서 장 대표의 최근 행보는 상당히 우려가 많이 된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눈엣가시 같은 사람들을 다 빼고 '장동혁의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동혁 체제 굳히기"라며 "축소 지향의 정치로 강성 정치를 일관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장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생각이 별로 없단 것인데, 비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2017년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이 당대표를 맡았던 시기와 비교해 설명되기도 했다. 당시 홍 전 시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직접 당협위원장을 맡는 동시에, 당내 경쟁 세력을 대거 정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 전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도부 지원유세 사절' 사태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를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며(제주는 원희룡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엄 소장은 "홍 전 시장은 당대표임에도 서울 지역구를 유지하지 않고 대구로 옮겼고, 자신의 정적들을 대거 정리해 큰 반발을 샀다"라며 "결국 지방선거가 완전 박살 나서 부산 구청장 선거에서도 낙선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현재 장동혁 지도부는 이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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