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시동 건 韓·UAE…MOU 7개로 늘어
李대통령 "에너지·방산 협력, 최강국 모멘텀 확보"
구속력 없는 MOU 극복하려면 철처한 후속조치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2박 3일간 국빈 방문하면서 양국 간 '경제 동반자' 관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 순방으로 경제적 부가가치가 1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인공지능(AI)과 방위산업 부문의 수주·수출, 문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시장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대규모 경제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UAE와 체결한 양해각서(MOU)가 본계약에 그칠 수 있다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UAE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을 보면 양국은 국방 및 방산 기술, AI 등 첨단기술, 원자력 에너지, 공중 보건 및 의료, 식량 안보, 문화 교류와 같은 분야에서 미래 지향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 관계에 '제2의 도약'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MOU 체결 분야도 기존 4개에서 7개로 늘었다. 특히 새로 포함된 AI 분야의 핵심은 UAE가 추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건설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약 2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 사업은 UAE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으로, 우리 기업은 전력망 등 기반 시설 구축에 투입될 전망이다.
K-방산의 중동 시장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노후 무기 교체 수요가 높은 UAE와 '공동 개발·현지 생산·제3국 공동 수출'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해당 내용은 MOU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은 150억 달러 이상 수주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UAE 현지에 'K-메디컬 클러스터'를 세우고, 문화·콘텐츠 산업 확장을 위한 'K-시티' 조성 방안도 협의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양국 기업인들과 함께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청정 에너지와 방산 분야 협력을 고도화해 한국과 UAE가 세계 최강국으로 함께 성장할 모멘텀을 확보하자"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석 HD현대 부회장,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이사, 이석준 CJ 미래경영연구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유영상 SK수펙스협의회 AI위원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거 출동했다. 한국 기업의 중동 시장 확장 전략 논의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선 알 스와이디 투자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칼리드 왕세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 CEO.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양국 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도 정상 가동되고 있고, 아크부대에서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인) 천궁-II에 이르기까지 방산 협력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UAE는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71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로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를 거론한 이 대통령은 "UAE의 태양광 발전과 한국의 첨단배터리 기술력을 결합한 '에너지 전환 협력'은 2050 탄소중립 공동 달성 및 친환경 신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은) 핵연료 및 전기 관련 현지 공장건설을 통해 UAE의 원전 산업 육성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혜적 협력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방산 분야에 대해서는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등으로 협력 수준을 제고하고, 제3국 공동진출에도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양국의 협력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약해 후속 협상 결과에 따라 계약 구조와 이익 배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되면 좋고 말면 그만' 수준"이라며 "국가 차원의 경제 외교라면 실효성을 담보할 본계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공동 진출 준비'가 실제 사업 참여·발주권 확대 등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치밀한 후속 협의가 필수라는 의미다.
특히 UAE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사업에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ICT 기업이 참여 가능성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협력 구조나 사업 일정 등 구체화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면 AI 반도체·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산업에서 한국의 시장 확장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역시 실질 계약 체결 여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이번 UAE 방문에서는 경제·외교 분야에서 굵직한 발표가 이어지며 외형상 풍성한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수백억 달러 규모 MOU 체결'과 같은 실적 발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대외협력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MOU 숫자와 규모를 앞세우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 외교 성과는 MOU 체결 수가 아니라 그 뒤 무엇을 만들었느냐로 평가받는다"며 "정부가 후속 협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고 추진 일정에 대한 관리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UAE 정상회담이 새로운 경제 지평을 여는 행보로 남을지, 종이만 남는 MOU 외교로 묻힐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 대통령은 UAE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으며,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카이로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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