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신분 세탁 후 지방 소도시 시장으로 위장해 불법 도박과 자금 세탁, 인신매매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온 중국인 여성 간첩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inquirer 갈무리
2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지방법원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 시장을 지낸 앨리스 궈(36·여)에게 인신매매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궈와 함께 기소된 일단 7명도 같은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또 이들을 고소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하고, 이들이 운영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운영사의 60억 필리핀 페소(약 1500억원) 상당의 8만㎡ 넓이 부지를 몰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들은 토지와 건물을 이용해 인신매매된 노동자들을 수용하고 사기꾼으로 일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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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는 지난 2022년부터 밤반시 시장을 맡아왔다. 지난 5월 중국 정보기관 연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직위가 해제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중국계 범죄 조직과 결탁해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해 온 사실과 인신매매 혐의가 드러났다.
문제가 된 시설은 고급 빌라에 대형 수영장, 사무동까지 갖춘 대규모 복합 단지였다. 시장실 바로 뒤편에 있었던 해당 시설은 불법 도박과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사기 범죄가 이뤄지는 조직의 아지트였다.
이 시설의 실체는 지난해 3월 한 베트남 국적자가 감금 상태에서 탈출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필리핀 수사 당국은 현장을 급습해 불법 감금된 인원 700여명을 구조했다. 이들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르완다 등으로 다양했다.
시설 용지는 대부분 궈의 명의였으며, 그는 관련 법인의 대표이자 실질적 운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BS-CBN 뉴스 갈무리
궈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필리핀 농장에서 자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상원 의원이 국가수사청(NBI)에 의뢰해 지문을 대조한 결과, 궈의 지문은 2003년 중국 여권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궈화핑'과 일치했다.
이에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는 그의 시장직을 박탈하고, '앨리스 궈' 명의 필리핀 여권을 말소했다.
신분이 드러난 뒤에도 궈는 한동안 도피를 이어갔다. 지난해 7월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그는 행방을 감춘 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떠돌았다. 필리핀 당국의 추적 끝에 궈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생했다.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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