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향한 불장에 뒤통수…호반, LS '경영권 분쟁설' 정점서 지분 털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11.24 09:07  수정 2025.11.24 09:08

호반, LS 단기성 차익 매매 도마 위…수백억 챙기고 시장만 흔들었다

"개인은 고점에 묶이고 호반은 차익 실현" 반복되는 한국 증시의 민낯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 전경ⓒ호반그룹

'지분을 모으고, 이슈가 부풀면, 정점에서 매도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 전략이 아니라, 일부 세력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려 반복적으로 활용해온 전형적인 '작전성 매매' 패턴이다. 일정 기간 눈에 띄지 않게 지분을 쌓아 올린 뒤, 언론 보도와 각종 루머를 동원해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리고, 주가가 과열 국면에 진입하면 정점 부근에서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장된 기대를 믿고 뒤늦게 뛰어든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시세 차익으로 거액을 챙기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큰 손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회사인 (주)LS의 지분 일부를 매각, 단기간 수백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까지 4%대 (주)LS 지분을 보유하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키웠던 호반이 이번 매각으로 지분율을 3% 이하로 낮춘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공시 대상인 5% 미만 지분이라 정확한 매각 시점이나 물량은 알 수 없지만, 시세 차익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LS 주가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집 사실이 처음 알려진 올 3월 10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지분 매도가 이뤄진 시기에는 20만원 선을 돌파한 바 있다. 실제 (주)LS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직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가가 급상승했다. 호반그룹은 (주)LS 지분 획득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선을 그어왔지만,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전선이 LS그룹 내 LS전선과 소송전을 벌였고 호반그룹이 과거 다수 기업 인수전에 참여한 만큼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주목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호반의 (주)LS 지분매입·매도 배경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호반그룹이 '지분매입 → 시장 관심 확대 → 지분 가치 상승 → 매각 및 차익 실현'의 '단기 차익 투자 패턴'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호반그룹은 과거에도 금호산업·대우건설 등 다수 기업 인수전에 참여하며 지분을 매입해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2015년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뒤 무산된 금호산업 인수전이 대표 사례다. 호반건설은 2014년 11월 매수한 금호산업 주식 6.16%를 인수 무산 후인 2015년 2월 전량 매각해 약 3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른바 '그림자 내부거래'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림자 내부거래란 공식적인 내부자 신분이 아닌 제3자가 내부 정보를 간접적으로 입수해 주식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A사가 경쟁사인 B사 주식을 몰래 사들여 경영에 개입하거나 외부 제3자를 내세워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다.


호반은 양사 자회사들이 소송전을 벌이는 와중에 상대방 측의 주식을 사들였다. 게다가 LS 자회사의 일부승소 판결로 주가가 뛰어 결국 호반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이자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호반그룹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활용해 주가를 띄웠다면, 그건 투자라기보다 시장 교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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