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9개 개발도상국과 핵심 광물 협력체 구성
자원 무기 '희토류' 앞세운 美 견제 조치로 해석
희토류 등 희귀금속,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쓰여
"공급망 안정성은 기술 경쟁력 만큼 중요하다"
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 개발도상국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국제 협력체를 출범했다. 자국의 대표적 전략 자원인 '희토류'를 앞세워, 미국과 동맹국이 주도하는 '희귀금속 탈(脫)중국' 기조에 대응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핵심 광물 주도권을 두고 미·중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한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지난 23일 G20(20국) 정상 회의에서 '녹색 광물 글로벌 경제·무역 협력 이니셔티브'를 공식 발표했다. 이니셔티브에 동참한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 국가들은 핵심 광물의 채굴·생산·회수 등 전 과정에서의 녹색화와 책임 있는 채굴 및 무역 촉진을 함께 추진하게 된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된 만큼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해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정면으로 견제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호주와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희소금속의 자국 영향권 국가를 묶어두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이 확보할 수 있는 우회로까지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그간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통해 보여준 '자원 무기화'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문제는 이같은 분쟁이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희토류 등 희귀금속은 공정 소재, 장비 부품, 패키징, 전력·쿨링 인프라 등 여러 반도체 밸류체인에 쓰인다. 공급망이 차단될 경우 메모리는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모두에 직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예컨대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경우 약 50%가 중국산인 만큼,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전·후방 산업 모두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은 다변화된 공급망 네트워크를 통해 단기 리스크는 관리가 대체로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의 '광물 이니셔티브'를 통해 확산될 가격 변동성과 특정 소재 수급 불안정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소부장 중견·중소기업은 더욱 취약하다. 정제된 고순도 금속이나 반도체용 특수가스 등은 공급처가 제한적이어서, 중국의 압박은 이들 기업의 가격 협상과 리드타임에 곧장 반영된다. 원가와 조달 등에서 영향을 받으며 수익성과 투자계획, 공정 전환 등에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번 '녹색 광물 이니셔티브'가 미·중 공급망 구도 가운데 양자택일 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광물 파트너십과 중국의 이니셔티브 사이에서 의사 결정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분쟁 사이에서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큰 충격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의 안정성은 기술 경쟁력만큼 중요하다"며 "향후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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