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 앞에 맥 못추는 현대차…中, 전세계 틈새 공략 '가속'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26 14:11  수정 2025.11.26 14:11

中, 작년 글로벌 점유율 22.0%…내수+신흥국 중심 확대

러시아서 中 점유율 60% 돌파…최대 단일 수출 시장 부상

'전기차 격전지' 유럽서도 성장가도…지난달 판매 208%↑

가격 공세 앞에 점유율 뺏긴 현대차·기아…경쟁 심화

지난 9월 독일 뮌헨 메쎄홀에서 열린 IAA(뮌헨 모빌리티쇼) 2025에서 공개된 BYD의 중형 세단 '씰 6DM-i'의 왜건 모델 '씰6DM-i투어링'.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내수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전기차 초창기를 지나 최근엔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 거점을 빠르게 확보하면서다.


전기차 격전지로 꼽히는 주요 시장으로의 침투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그간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온 현대차·기아 역시 유럽 시장에서 중국업체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가격 공세 앞에 한계를 체감하는 모습이다.


2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에서 현대차는 4만1137대, 기아는 4만40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8%, 2.0%씩 줄어든 수치다.


유럽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확대된 반면 현대차·기아의 판매는 줄면서 점유율도 하락했다. 현대차·기아의 양사 합산 유럽 시장 점유율은 7.5%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줄었다.


줄어든 점유율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흡수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전년 대비 206.8% 폭증한 1만7470대를 판매했다.상하이자동차(SAIC) 역시 유럽에서 2만3860대를 팔아 35.9% 성장했다. 점유율은 각각 1.1%, 2.2%로 전년 대비 0.5%p 상승했다.


중국 내수 시장과 신흥국을 기반으로 쌓은 브랜드력이 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다.


중국계 자동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해 기준 22.0% 수준까지 올라섰다. 거대 내수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 비중이 60%를 넘기며 성장 기반을 확보했고, 중남미, 아세안(ASEAN),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빠르게 침투하며 판매 거점을 늘린 결과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철수하면서 생긴 공백을 중국계 브랜드가 대체하면서다. 작년 기준 러시아 시장 내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60.4%에 달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거점 구축 및 신규 계획 발표가 이어지면서 향후 중국계의 가격 경쟁력 우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중국계 기업의 진출이 제한적이지만 유럽, 신흥국 등에서는 중국계 점유율 성장이 빠르게 진행돼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간 중국 업체를 상대로 '품질 우위' 전략을 펴던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역시 최대 수출국이자 판매국이던 미국에서 관세·보조금 폐지 등으로 유럽 및 신흥국에서의 전기차 판매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격 뿐 아니라 기술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단 점도 우려를 키운다. 특히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저가 차량에도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차별화 전략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저렴해서 싼 값에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기차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운전자 경험 측면에 있고, 중국 업체들은 이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 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기존 레거시 업체들의 고민도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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