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77년 만에 최악의 화재 참사…사망 55명·실종 279명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27 20:35  수정 2025.11.27 20:49

아파트 8개동 중 7개 동에 불…부상자 72명·이재민 900명

경찰, 보수공사 맡은 건설사 임원 2명·컨설턴트 1명 체포

홍콩 행정장관 "아파트 7개동 모두 진화"…화재 27시간 만에


26일 홍콩 북부 타이푸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아파트 여러 채가 붉은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있다. ⓒ AFP/연합뉴스

26일 오후 홍콩 북부 신계지구 타이푸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50여명이 숨지고 300명 가까이 실종됐다. 실종자와 중태자가 많은 만큼 인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 경찰은 해당 단지에 대한 보수공사를 맡은 건설회사 임원 2명과 컨설턴트 1명을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27일 오후 6시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홍콩 신계 타이푸 ‘웡 푹 코트’에서 불이 난 7개 동 건물의 불길이 전부 통제됐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27시간 만에 진화된 셈이다.


전날 오후 2시52분쯤 발생한 대형 화재로 아파트 단지 8개 동 중 7개 동에 불이 번졌다. 화재가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기준 최소 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51명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부상자는 76명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다친 사람 중 소방관은 8명이다. 소방 당국은 관광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인근 학교 건물 등은 임시 대피소로 개방돼 900명가량 수용됐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날 새벽 “주민 아파트 내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도 27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후 홍콩 소방 당국은 실종자 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을 추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번 대형 화재로 소방차 200대 이상과 구급차 약 100대를 배치했으며 1200명이 넘는 소방관과 구급 인력을 투입했다. 불이 붙은 7개 동 중 3개 동은 화재 발생 24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산발적인 불씨가 남아 있어 진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오전 피해 건물 31층의 현관에서 남성 노인 한 명을 구조했다”며 고온과 무너진 비계(임시 가설물)로 인해 구조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31층짜리 아파트 8개 동 1984가구로 이뤄졌다. 2021년 인구조사 기준 4800여명이 거주하며 이중 36.6%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1983년 완공돼 올해로 42년 된 이 단지는 ‘40년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공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보수 공사 중 사용된 가연성 자재가 화재를 급속도로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건설회사 임원 2명과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건물 외벽에 사용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 소재가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물에서는 가연성인 스티로폼(발포 폴리스티렌) 보드가 모든 층 로비 창문을 막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에 설치된 그물망도 빠른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토니 자 홍콩공학회 건축분과 전 회장은 "그물망이 불연성이었다면 화재 확산 속도가 이렇게까지 빠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재 영상을 보면 그물망이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화재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나무 비계는 홍콩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자재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등 안전 문제가 줄곧 제기됐다. 이에 홍콩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대나무 비계 폐지를 시작했고 공공 건설의 50%에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했다. 비계 외에도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수포, 비닐막 등을 타고 불이 이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 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이번 화재를 ‘중대한 재난’이라고 규정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화재 직후 경보 단계를 잇따라 상향해 전날 오후 6시22분 5급 화재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4명이 사망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이번 화재는 176명이 사망한 1948년 창고 화재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화재 발생 이후 소재 파악이 안된 실종자가 많고 고층 건물에서 탈출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어 인명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홍콩 화재 기사를 싣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화재로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했으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