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이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아동급식 배달에서 카레 한 봉이 빠졌다는 이유로 기현 부부는 배달처에 항의한다. 지난주에는 만두가 빠졌다는 거짓말까지 덧붙여 더 챙겨보려 한다. 그동안 급식을 몰래 훔쳐 먹어 온 배달원 도원(윤세현 분)은 이 항의로 인해 해고 위기에 몰린다. 상사는 냉랭하게 “그냥 다시 배달하고 오라”는 말만 남긴다.
화가 난 도원은 만두와 카레를 다시 들고 기현 부부 집에 찾아가며 “아이의 서명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기현(유병선 분)은 “아이는 놀러 나갔다”고 거짓말하지만, 도원은 이 집에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자신을 의심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배달처에 전화하라고 요구한다.
실랑이 끝에 기현 부부가 한순간 방심한 틈을 타 도원은 집 안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그는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한다. 식탁 아래에서 온몸에 멍든 채 닭다리를 뜯고 있는 아이.
아이는 도원을 넘어뜨린 후 "나쁜 사람"이라며 야구 방망이를 든다. 도원은 필사적으로 나쁜 사람은 자신이 아닌 부모라고 설득에 나선다.
아이는 아빠가 문을 열라는 낮은 목소리에 현관 문을 잠고, 도원은 본능적으로 도망친다. 기현 부부는 그를 쫓고 아이는 혼자 남겨진다.
독은 악인과 선인을 단순히 구분하는 방식 대신, 제도와 생계, 욕망이 얽힌 현실 속에서 어른들이 각자의 논리와 이익만을 좇을 때 가장 취약한 존재가 어떻게 고립되는지를 드러낸다.
아동급식이라는 ‘돌봄의 제도’가 존재함에도 그 제도를 잇는 인간의 윤리가 부재할 때 아이가 얼마나 쉽게 보호망 밖으로 밀려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도원이 아이를 발견한 순간 휴대폰을 든 장면은 증거를 남기려는 의지인지, 자기보호 본능의 발현인지 모호하게 남겨두며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시선의 윤리까지 함께 묻는다.
홀로 남겨진 아이의 모습은 어른들이 만든 세계에서 선택지도 안내자도 없다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러닝타임 14분.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